숲노래 책숲마실


길나무 (2022.1.20.)

― 익산 〈두번째집〉



  작은아이하고 책집마실을 하려고 새벽에 시골집을 나서면서 물어보았습니다. “광주로 버스를 타고 가서 군산으로 넘어갈까, 순천으로 버스를 타고 가서 기차로 익산으로 건너갈까?” 어느 쪽이든 한나절 남짓 길에서 보냅니다. “음, 기차로?” “그래, 그럼 기차를 타고 익산으로 먼저 가자.”


  숲노래 씨는 시외버스하고 기차에서 글을 씁니다. 산들보라 씨는 노래를 듣다가 창밖을 보다가 잡니다. 마을 앞 첫 시골버스는 07시 05분인데 새벽 03시부터 깨서 “아버지, 언제 나가요?” 하고 내내 물었거든요. 오늘은 여느 날보다 늦게 새벽 3시부터 일어나 말꽃엮기(사전집필)를 했습니다만, 열 시를 넘어가니 살짝 졸립니다. 익산에서 기차를 내리니 택시를 타는 곳에 줄이 무척 깁니다. 시내버스를 탈까 하고 걷다가 길을 잘못 든 줄 뒤늦게 알아차립니다. 그렇지만 마침 택시가 우리 앞으로 하나 옵니다. “어쩜, 우리가 더 헤매지 않도록 이렇게 찾아와 주네!”


  먼저 찾아간 〈그림책방 씨앗〉은 낮에 연다고 해서 책집 앞에서 해바라기를 하고서 〈두번째집〉 쪽으로 걷습니다. 둘이서 천천히 걷는 길에 산들보라 씨가 속삭입니다. “길에 있는 나무 힘들겠다.” “왜?” “자동차가 이렇게 많고 밤에도 불이 환하니까.” “그래. 서울이나 큰고장에서는 길나무가 힘들겠지. 시골에서도 똑같잖아. 그런데 우리가 길나무 곁을 지나가면서 따스히 바라보면, 나무가 ‘힘든 하루’를 다 씻어내.” “응. 알아.” “산들보라 씨가 나무를 따스히 바라보시면서 쓰다듬어 주셔요.”


  익산 골목을 걷고 큰길 거님길을 걷는데 곳곳에 부릉이가 함부로 섭니다. 아니, 부릉이는 골목을 두 줄로 차지하고, 거님길로 휙 올라앉습니다. 부릉이도 ‘사람이 타고 몰’ 테데, 왜 이 쇳덩이를 골목하고 거님길에 세울까요? 나라(정부·지자체)는 왜 ‘거님길에 함부로 세운 부릉이(무단주차 차령)’를 그냥 둘까요?


  두 아이를 낳아 돌보며 늘 업거나 안으며 살았습니다. 그때에도 모든 길에 부릉이가 넘쳐서 이리 에돌고 저리 비켜야 했습니다. 아기를 낳는 젊은 가시버시가 부릉이를 장만하려는 마음을 물씬 알 만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아기를 낳으려는 젊은이가 줄어들 만합니다.


  등에 땀이 돋을 즈음 〈두번째집〉 앞에 이릅니다. 그런데 1·2월에는 나무날(목요일) 쉰다고 합니다. 저런. 가는 날이 저잣날이네요. 우리는 다시 걷기로 합니다. 큰길을 걷고 골목길을 걸어 버스나루에 닿습니다. 군산으로 가는 버스를 탑니다. 산들보라 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꿈나라로 갑니다. 포근히 자렴. 이따 또 걷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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