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곁말 32 섣달꽃
하루만 반짝하고 지나가면 반갑지 않습니다. 바쁜 어른들은 으레 ‘하루만 반짝’하고서 빛날(생일)도 섣달꽃(크리스마스)도 지나가려 했습니다. 어린이날도 어버이날도 매한가지이고, 한글날도 한가위도 마찬가지였어요. 이날을 맞이하기까지 설레는 마음도, 이날을 누리며 기쁜 마음도, 이날을 보내면서 홀가분한 마음도, 느긋하거나 넉넉히 살필 겨를이 없구나 싶더군요. 워낙 일거리가 많다 보니 “다 끝났잖아. 얼른 가자.” 하면서 잡아끄는 어른들이었습니다. 어린 날이 휙휙 지나가고 어버이가 되어 아이를 돌보는 살림길에 곰곰이 보니 이웃나라는 ‘섣달잔치’를 으레 한 달쯤 즐기더군요. 다른 잔치도 그래요. 달랑 하루만 기리고 지나가지 않습니다. 이날을 맞이하기까지 달살림을 헤아리면서 아이어른이 함께 이야기꽃을 펴고 집살림을 추스릅니다. 우리나라도 먼먼 지난날에는 설이나 한가위뿐 아니라 크고작은 여러 기림날이 있으면 ‘기림달’처럼 누렸습니다. 나락꽃은 새벽에 피고 아침에 진다지만, 꽃가루받이를 마친 꽃은 이내 시든다지만, 숱한 꽃은 하루만 반짝하지 않아요. 이쪽 들꽃이 피고서 저쪽 들꽃으로 퍼지며 한 달 즈음 꽃잔치입니다. 섣달에 맞이하는 기쁜 하루도 ‘섣달꽃’ 같다고 느낍니다. 모두한테 꽃날입니다.
섣달꽃 (섣달 + 꽃) : 한 해가 저무는 달인 12월을 기리면서 누리는 잔치. = 섣달잔치 (← 성탄절·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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