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자르러 왔습니다 1
타카하시 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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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2.1.8.

시골이 품는 빛



《머리 자르러 왔습니다 1》

 타카하시 신

 정은 옮김

 대원씨아이

 2021.9.15.



  《머리 자르러 왔습니다 1》(타카하시 신/정은 옮김, 대원씨아이, 2021)를 곰곰이 읽었습니다. 이 그림꽃책은 시골·섬·바다를 바탕으로 아이·어버이·사랑이 무엇인가를 짚으면서 삶·살림·마음이 얽힌 수수께끼를 부드러이 풀어 나가는 얼거리입니다.


  시골은 시골일 뿐, 좋지도 나쁘지도 않습니다. 다만, 시골은 물을 플라스틱에 담아서 마시는 데가 아니요, 풀꽃나무를 그릇에 담아 사고팔거나 돌보는 데가 아닙니다. 시골은 빨래를 마당에 널어 말리고 해바라기를 누리는 데입니다. 시골은 부릉이가 없으면 모든 볼일을 하루를 통째로 써서 보아야 하되 서두를 까닭이 없이 느긋하게 지내는 데입니다. 오늘날 시골은 풀죽임물(농약)이 춤추지만, 손수 가꾸는 땅에는 풀벌레를 이웃으로 두면서 풀노래를 언제나 싱그러이 들으면서 멧새를 동무로 사귀는 데입니다.


  그림꽃책은 시골 가운데 섬을 다룹니다. 섬은 바다를 빙 두르면서 헤아립니다. 언제라도 바다에 몸을 담그고, 가만히 바람을 쐬면서 몸하고 마음을 씻을 만한 데입니다. 기쁨도 바닷바람에 얹고 슬픔도 바닷바람에 싣습니다. 웃음도 바닷바람에 담고 눈물도 바닷바람에 놓아요.


  시골사람으로서는 서울·큰고장에 나들이를 갑니다. 서울사람이라면 시골로 나들이를 옵니다. 시골사람은 서울사람으로 살 수 있을까요? ‘시골쥐 서울쥐’라는 이솝 이야기가 있듯, 시골사람은 풀꽃나무하고 숲을 품는 마음을 버려야 서울에서 겨우 버팁니다. 서울사람은 풀꽃나무하고 숲을 이웃이자 동무로 삼으면서 온마음에 온몸으로 품지 않는다면 시골은 그저 ‘놀러가는 데’일 뿐입니다.


  서울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습니다. 다만 서울은 풀꽃나무하고 숲뿐 아니라 풀벌레나 새나 숲짐승을 이웃이나 동무로 둘 생각이 터럭만큼도 없는 터전입니다. 이러한 터전에서 그대로 살아갈 적에는 이러한 서울빛이 온마음뿐 아니라 온몸을 감돌 테지요. 귀뚜라미뿐 아니라 모든 풀벌레가 노래하고, 개구리뿐 아니라 뱀도 구렁이도 거미도 노래합니다. 사람눈으로만 보고 사람귀로만 생각하면 어떠한 노래도 듣지 못해요.


  아이가 푸르게 꿈꾸며 날갯짓을 하기를 바라요. 어른이 파랗게 하늘빛으로 사랑하며 노래하기를 바라요. 아이어른이 나란히 풀동무가 되고 꽃벗이 되어 오늘을 속삭이기를 바라요. 서울이어도 시골이어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모든 곳이 풀꽃나무로 어우러지는 숲으로 가도록 마음을 쏟고 몸을 움직이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이곳은 섬이다. 따뜻한 곳이다. 젖고 습해지면 내일, 다시 널면 된다. 그래, 다시 마를 거야.’ (55쪽)


“이 잠든 얼굴을 볼 수 있다면, 아버지는 도쿄의 료타네 미용실을 그만두고, 이 섬에 머리를 자르러 오길 잘한 것 같아.” (60쪽)


“저는 하루카 씨가 집을 나가고 나서야 겨우 깨달았어요. 아들에 대해 오랫동안 아무것도 보지 않았단 걸. ‘바쁘다’는 핑계로요. 짧은 기간이기는 해도 셋이 살고 있었는데, 저는 1인용의 삶의 방식밖에 몰랐어요. 그래서 둘이서 이 섬에 왔습니다.” (100∼101쪽)


“아버지는 이 섬에 머리를 자르러 왔어. 하지만 오늘은 손님이 없어서가 아니라, 머리를 자르지 않고 너와 바다를 보는 날로 하자.” (153쪽)


“늘 그렇듯 섬 생활이 말여, 당연하게도 불편하고, 지루하고, 유복하지 않아서, 그런 것들을 알게 되면 쉽게 돌아가버려. 우리한텐 돌아갈 곳 따위 없는데 말이여.” (19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たかはししん #高橋し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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