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음읽기

글수다 2021.12.8.물.


넌 어디로 가? 넌 그곳에 왜 가? 네가 가는 곳에는 네 걸음에 따라 네 자취가 남지. 넌 스스로 어떤 걸음이 되어 어떤 자취를 남길 생각이니? 너는 그곳에 네 기운을 어떻게 남기고 싶어? 살짝 머물기도 싫은 데를 지나가니? 지나치기 아쉬운 곳을 지나가니? 네 마음·눈길·생각은 네 걸음이 묻은 자리에 스며서 퍼져. 싫다고 느끼는 곳에는 싫다는 마음을, 좋다고 느끼는 곳에는 좋다는 마음을 심는단다. 네가 바다에 돌을 던지면 바닷속에 돌이 생기지. 네가 들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비닐을 날리면 들에는 쓰레기나 깡통이 굴러. 네가 숲을 사랑하는 마음이면 숲에 사랑빛 한 줄기가 퍼져. 네가 숲이 무섭다고 여기면 무서운 기운이 으스스 한 톨 생겨나고. 그런데 있잖아, 바다도 들도 숲도 하늘도 너희가 남기는 찌끄레기를 아랑곳하지 않는단다. 며칠·몇 달·몇 해가 걸리든 다 씻고 털어내. 바다·들·숲·하늘은 너희가 버린 쓰레기를 그린 적이 없거든. 바다·들·숲·하늘은 너희처럼 짜증·미움·싫음을 그린 적도 없어. 다만, 너희가 잔뜩잔뜩 모여서 궂은 기운을 끝없이 퍼부으면 바다·들·숲·하늘이 미쳐버리지. 무엇보다 너희는 ‘바깥(다른 곳·남)’에만 쓰레기를 버리며 더럽히지 않아. 몰래 쓰레기를 버리는 너한테 그 쓰레기가 고스란히 돌아가. 네가 읊는 미움·짜증·싫음은 몽땅 너희가 스스로 마음·몸에 심는 씨앗이지. 자, 너는 어디에 가니? 왜 가니? 무엇을 보거나 하려고 가니? 너희 뜻은 뭐야? 너희는 어디로 가든 이곳(집)으로 돌아온단다. “간 만큼” 돌아와. “오는 만큼” 내려가. 쌓은 만큼 무너지고, 무너진 만큼 쌓아. 그러니 생각하렴. ‘무엇’을 어떻게 왜 어디로 가서 하려는가 하고 그리렴. 너한테 고스란히 돌아갈 네 하루·길을 네 눈으로 보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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