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15.


《결혼식에 간 훌리안》

 제시카 러브 글·그림/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2021.5.10.



마을빨래터이자 아랫샘터를 파헤쳐 놓은 모습을 본다. 할매 여럿은 “보기좋게 바꿀라고 할랑가 봅디다.” 하고 말씀하지만, ‘보기좋게’가 뭘까? 박정희 새마을바람이 바로 ‘보기좋게’ 아니었나? 모든 시골집 풀지붕을 끌어내려 슬레트(석면)를 올리라 했고, 돈 좀 있으면 흙기와를 치우고 잿빛기와(시멘트기와)로 바꾸도록 했으며, 흙길을 잿빛길(시멘트길)로 바꾼 그들이다. 서울사람·벼슬아치 눈으로 ‘보기좋게 = 잿빛(시멘트)’이다. 큰아이하고 읍내 커피집을 다녀온다. 시끌벅적한 단골가게는 더는 안 가고 호젓한 가게로 간다. 수다도 노래도 시끄러운 곳에서 받는 커피콩보다 상냥하면서 조용한 곳에서 받는 커피콩이 우리한테 어울리리라. 집으로 돌아오니 어둑살이 낀다. 곧 해가 진다. 별바라기로 하루를 마감한다. 《결혼식에 간 훌리안》을 올봄부터 거듭 보았다. 즐겁고 재미나게 누리는 꽃잔치를 그린다. 그래, ‘꽃잔치’이다. 누구나 서로 꽃이 되는 잔치이다. 누구나 서로 늘 아름답고 빛나면서 즐겁게 나누는 잔치이다. 꽃은 꽃일 뿐, 더 고운 꽃이나 못난 꽃이 없다. 꽃은 늘 꽃일 뿐, 하얗거나 빨갛거나 파랗거나 노랗기에 한결 빛나지 않는다. 풀잎처럼 푸른꽃도 새롭게 빛난다. 줄거리를 ‘무지개’로만 안 가두기를 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