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고향을 내발로 걸어 못가고 - 일본군 '위안부' 조윤옥, 역사의 증언 3
안이정선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 책이름 : 일본군 ‘위안부’ 조윤옥, 가고 싶은 고향을 내 발로 걸어 못 가고
- 글 / 정리 : 안이정선
- 펴낸곳 : 아름다운사람들(2006.1.31.)
- 책값 : 12000원



 조용히 지내고 있던 동네 한복판으로 ‘너비 50미터짜리 산업도로’를 뚫겠다는 인천시장 정책에 반대하고자, 지난주에 인천시청하고 무슨 개발공단에 집회를 하러 갔을 때입니다. 이곳 공무원들은 두 가지로 우리를 맞이했습니다. 첫째, 모른 척. 둘째, 낯찌푸리며 길 막기와 입 막기.

 시청뿐 아니라 구청 공무원들, 시골에서는 읍사무소와 면사무소 공무원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려고 움직일 때, 정작 그 일(정책)로 영향을 받게 되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찾아나서며 이야기를 듣거나 묻는 일을 보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 자신이 공무원한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여태 한 번도 없으니까요.

 경찰은 예나 이제나, 또 앞으로나 ‘집회에 나오는 사람들 얼굴’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블랙리스트’에 올릴 목적으로. 경찰 사진에 찍힌 사람은 나중에 ‘일반 회사나 공무원 사무소’에 일자리를 얻으려고 할 때 피해를 받습니다. 어떤 집회에 왜 나갔느냐는 따지지 않고.

 공무원들은 우리들이 내는 세금으로 달삯을 받습니다. 공무원들이 쓰는 모든 물품과 시설, 그리고 공무원이 깃드는 건물 또한 우리들이 낸 세금으로 만들고 갖추었습니다. 하지만 공무원한테 우리들이 소리내어 말할 자리란 없습니다. 우리들이 소리내어 말한다 해도 귀담아듣지 않습니다. 어쩌다가 한두 번 듣는다고 해도 서류에 몇 글자 끄적이고 말 뿐.


.. 이 책은, 그러니까 조윤옥 할머니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위안부’ 피해자의 일대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시대에 의해 해체된 가족으로 살다가 60년 가까운 세월을 건너뛰어 사흘 밤을 함께 보내고 다시 기약 없이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한 가족에 대한 슬픈 기록이기도 하다. 시대를 잘못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역사의 상처를 온몸으로 끌어안고 평생을 살 수밖에 없었던 한 여성의 고향방문이라는 간절한 소원을 위해, 부끄럽게도 우리 정부는 일제 강점기에 무력했듯이 해방 후 50년이 지난 뒤에도 수수방관, 속수무책으로 해 준 게 아무것도 없었다 ..  〈22쪽〉


 일본군 성노예로 몸과 마음이 피멍든 분들은 정부가 아닌 바로 우리들 손으로 보듬고 껴안았습니다. 실태조사와 현지조사부터 아픔을 달래고 피해보상을 외치는 목소리까지도. 한편, 일본군 성노예로 다친 분들한테 등을 돌리거나 눈길을 안 두는 이들 또한 바로 우리들이기도 합니다. (4340.6.16.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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