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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비빔밥 - 동시집 ㅣ 아동문학 보석바구니 9
신현득 지음, 이호백 그림 / 재미마주 / 2019년 7월
평점 :
숲노래 노래책 2021.12.10.
노래책시렁 205
《통일비빔밥》
신현득 글
이호백 그림
재미마주
2019.6.15.
나하고 다른 네가 서로 하나로 가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둘은 틀림없이 다른데 어떻게 할 적에 하나일까요? 다른 둘은 하나일 수 없습니다. 다르거든요. 다른 사람을 틀에 짜맞춘다면 억지로 하나로 가겠지요. 그러나 틀·짜맞춤·억지는 서로 안 즐겁습니다. 서로 괴롭습니다. 남녘·북녘은 일본·미국·중국·러시아 입김 탓에 갈린 나라로 걸어왔다지요. 하나인 터전이 뜬금없이 갈리고 말았으니 아프고 멍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생각할 일입니다. 순이돌이(일반인·백성)가 잘못했을까요? 아니지요. 우두머리가 잘못했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잘못한 이들은 ‘통일’이란 이름을 내세우지만, 정작 ‘하나’가 무엇인지 안 살펴요. 이는 글바치도 매한가지입니다. 나라힘을 쥔 이도, 글힘을 부리는 이도, 살림빛이나 사랑하고 등진 ‘겉발림말’만 외쳤습니다. 《통일비빔밥》을 읽으며 노래님이 ‘구경눈’으로 글을 쓰는구나 하고 짙게 느낍니다. ‘엄마 손’이 몇이어야 하나 구경하지 말고, ‘아빠 손’으로 집일하고 집살림을 하면 됩니다. 말장난을 멈추고 아기를 돌보는 아버지로 살면 이런 글은 안 씁니다. 총칼나라(군사독재)하고 사이좋게 지낸 발자취로 ‘동심천사주의 통일만세’를 외친들, 참사랑하고 어깨동무랑 멀기만 할 뿐입니다.
ㅅㄴㄹ
엄마께 손이 몇 개면 좋을까? / 밥 짓다가 아기 울 때 / 두 개 손으론 너무 부족해. // 엄마 어디쯤에서 / 아기 보는 손 한 쌍이 / 쏙, 나왔다가, 일 마치고 / 쏙 들어갔음 좋겠어. // 바쁜 엄마께는 / 빨래하는 손, 뜨개질하는 손이 / 따로 따로 있었음 해. (엄마는 손이 부족해/22쪽)
전쟁을 하고도 / 통일이 되지 않자, / 강아지 이름을 통일이라 하다가 / 송아지 이름을 통일이라 지었다 // …… ‘통일벼’로 보릿고개 내쫓고 / 한강에다 기적을 불러오고도 / 통일이 아득했다. 그러자 // …… 통일그릇에 나눠서, / 통일숟가락으로 / 통일비빔밥을 맛나게 나눠 먹고, / 그 힘으로 다시 외친다. // 통일을 믿자, 믿어라! / 통일에 힘을 모으자, 모아라! / 우리 이 소원, 통일을 이루자! (통일비빔밥/92∼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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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벼’로 보릿고개를 내쫓았다니.
어처구니없어도
이렇게 어처구니없을 수 있을까.
엄마 손이 잔뜩 있어야 한다고?
엄마만 아기를 보고 일만 하나?
어이없어도
이토록 어이없을 수 있는가.
‘어린이문학 어른'이란 이름으로 보여주는
딱한 민낯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