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어떤 촛불 (2021.10.19.)

― 제주 〈책밭서점〉



  올들어 제주를 두걸음 합니다. 이듬해에 새걸음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책밭서점〉에 마지막으로 들릅니다. 다음걸음을 할 적에 장만하고픈 책을 만지작거리면서 ‘다음에는 책값을 얼마쯤 건사해야 할까?’ 하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저마다 손수 지은 살림빛을 담은 책이 깃든 마을책집입니다. 자주 드나들 수 있다면 그때그때 조금씩 장만할 테고, 드문드문 찾아온다면 목돈을 씁니다.


  책값으로 목돈을 치를 적마다 “열걸음을 한다는 마음이라면 참 적게 쓰는 책값이지.” 하고 생각합니다. 살림집 곁에 마을책집이 있으면 날마다 가서 한두 자락씩 장만해서 그날그날 누릴 테지만, 먼발치에 마을책집이 있으니 곳곳을 한몫에 들르면서 등짐이 미어지도록 장만하고는 시골집에서 느긋이 읽습니다.


  이듬해에는 나라지기(대통령)하고 고을지기(지자체장)를 갈아치웁니다. 고인물을 걷어낼 텐데, 헌 고인물을 씻는 자리에 새 고인물이 들어설는지, 아니면 샘물이 흐를는지 두고볼 노릇이겠지요. 여태 나라지기란 이들, 또 감투꾼이 걸은 길을 보자면 ‘샘물’ 같은 사람이 나라일을 맡은 적이 하루라도 있었나 아리송해요. 아마 하루조차 샘물 일꾼은 없지 않았나요? 앞에서 말만 번듯하고 뒤에서 막짓을 일삼기만 하지 않았나요?


  바다에 잠긴 안타까운 푸른넋을 기리며 촛불로 물결을 일으켜 나라지기를 갈아엎었습니다. 그런데 감투를 새로 쓴 이들은 ‘지기’도 ‘일꾼’도 아닌 또다른 ‘힘꾼’ 노릇으로 하루하루 보냈어요. 미리맞기(백신)로 죽은 사람이 엄청납니다(2021년 12월 3일까지 1289사람이 미리맞기로 죽었고, 나라(정부)는 아직도 2사람만 받아들였어요). 미리맞기가 아니어도 애꿎게 죽은 사람이 어마어마합니다.


  여태 나라가 꽁꽁 숨긴 이야기를 살피면, ‘중국 우한 돌림앓이’가 아니었어도 큰고뿔(독감)로 해마다 4000∼5000사람쯤 죽었다고, 돌림앓이가 퍼지기 앞서인 2017년 9월 27일 새뜸(신문)에 나옵니다. 미국에서는 큰고뿔로 해마다 3만∼4만씩 죽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2017년까지 어느 나라도 큰고뿔 때문에 모두 입가리개를 해야 한다거나, 틈새두기라든지 ‘방역’을 안 했습니다. 그럴 까닭이 없으니까요. 더구나 ‘독감백신’을 맞고 죽은 사람마저 수두룩하지만 늘 쉬쉬했어요.


  백 해가 지난 책을 〈책밭서점〉에서 살피다가, 2021년부터 백 해가 흐른 2121년 뒷사람은 오늘날 이 모습을, 이 민낯을 어떻게 적으려나 생각합니다. 날마다 ‘코로나 백신’으로 안타까이 죽는 사람이 쏟아지는데 막상 이때에는 촛불을 들지 않은 2021년 사람들을 뒷사람이 어떻게 볼는지 헤아리니 그저 창피합니다.


ㅅㄴㄹ


《現代歐州》(伊達源一郞 엮음, 民友社, 1914.2.15.)

《漢文の學び方 考へ方と解き方 (新訂第四版)》(塚本哲三, 考へ方硏究社, 1919.4.25.첫/1941.6.20.166벌)

《重要 英單語講義, 語源と成句と用例をを示せろ》(岡澤 武, 光丘學園出版部·東亞出版社, 1943.9.10.)

《現代美國短篇小說集 1 田園》(김성한 옮김, 을유문화사, 1955.9.30.첫/1957.7.30.3벌)

《南國의 鄕土飮食》(진성기, 제주민속연구소, 1985.11.1.)

《南國의 地名由來》(진성기, 제주민속연구소, 1960.8.1.첫/1975.8.1.2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백신 민낯을 말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정치인'이 아닌

'거짓말꾼'이라고 느낀다.


백신을 맞고 죽은 안타까운 넋한테

고개숙이지 않는 이는

나라지기뿐 아니라

나라지기가 되겠다는 이들 모두 같다.


그래서 나는

백신 촛불을 들기로 한다.


중국우한 돌림앓이가 퍼지기 앞서

해마다 2000-5000 사이로

죽고 말았다는 사람들이

그저 '독감' 때문에 죽었는지

'독감백신' 때문에 죽었는지

여태 살핀 적이 없다더구나.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알고

무엇을 말하는 사람일까?


참빛이 깨어나기를 바라기에

조용히 시골 한켠에서

촛불을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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