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7.
《흑철 1》
토우메 케이 글·그림/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21.8.25.
고흥집에 이레 만에 돌아와 보니 곁님하고 아이들이 무화과나무 가지치기를 해놓았네. 훌륭하구나. 쳐낸 가지를 손질해서 울타리 쪽으로 심으면 좋겠다. 오늘은 하루를 푹 쉬면서 생각을 갈무리한다. 서울마실을 하며 듣고 살핀 이야기를 천천히 가누자. 나는 ‘천천히’보다는 ‘찬찬히’란 낱말을 즐겨쓰는데, 문득 꾸러미를 펼쳐 ‘처·차’로 열고 맞물리는 낱말을 그러모으자니 ‘천천·찬찬’에 ‘차분·참’에 ‘첫·처음’으로 잇닿네. 재미있다. 천천히 한다면 처음을 늘 생각한다는 뜻이요, 찬찬히 한다면 차분하면서 참하게 살핀다는 뜻이다. 이 나라 아이들이 우리말을 가만히 헤아리면서 생각을 빛내기를 바란다. 모로 누워 《흑철 1》를 읽자니 작은아이가 고구마구이를 한다. 이제 슬슬 대나무를 또 베어 와야지 싶다. 다만 더 느긋이 쉬고서 베어 오자. 그림꽃책 《흑철》은 그림꽃님이 예전에 그리다가 만 이야기를 새롭게 보태고 고치어 그린다고 한다. 온통 칼부림이 춤추는 그림이라 어린이하고 보기에는 꺼림하지만, 푸름이쯤 된다면 이 칼부림에 깃든 마음이나 삶이나 벼슬살이하고 얽힌 실타래를 짚을 만하겠지. 예나 이제나 벼슬판은 돈을 거머쥐려고 총칼을 지으면서 사람들을 싸울아비(군인)란 굴레에 가두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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