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6.
《나무는 숲을 기억해요》
로시오 마르티네스 글·그림/김정하 옮김, 노란상상, 2013.1.10.
오늘은 고흥으로 돌아가는 날. 흙날(토요일)이라고 아침버스는 빈자리가 없고 14시 40분 버스를 끊어 놓는다. 빈틈을 어떡해야 하나 헤아리다가, 방배동에서 버스를 타고 전철을 갈아타면 금호동 〈카모메 그림책방〉에 갈 만하다. 길손집 앞에서 한참 버스를 기다렸고, 전철을 타려고 이수나루에 내리는데, 걸어가는 길이 너무 멀다. 문득 생각한다. 스무 해쯤 앞서 서울서 살 적에도 전철을 타며 ‘갈아타는 길’을 참 끔찍하게 길게 낸 모습에 혀를 내두르곤 했다. 그래서 되도록 걷거나 자전거를 탔지. 금호동 그림책집은 이 자리가 ‘서울이 아닌 책바다’로 느긋이 머물면서 그림꽃을 바라보도록 북돋운다. 마을책집이 있기에 마을빛이 새삼스럽다. 고흥집에는 한밤이 되어 닿았고, 아이들보다 우리 집 나무가 먼저 반겨 준다. 잠자리에 누우며 《나무는 숲을 기억해요》를 되새긴다. 나무 한 그루는 새랑 벌나비랑 풀벌레한테 숲이다. 나무 몇 그루는 아이들한테 숲이다. 나무가 온(100)이나 즈믄(1000)이 퍼지면 바야흐로 나무숲이다. 나무는 숲을 떠올린다면, 사람은 무엇을 떠올리는 하루일까? 사람은 스스로 별님이요 숲님이요 꽃님이라는 숨빛을 떠올리는가? 사람은 사랑을 지어 나누고 즐기려고 이 별에 찾아온 줄 떠올리는가?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