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노래

곁말 17 철바보



  인천에서 나고자랐습니다. 인천은 시골이 아닌 큰고장입니다. 그러나 서울 곁에 있으면서 모든 살림이며 마을은 매우 수수했어요. 다섯겹(5층)이 넘는 집조차 드물었거든요. 골목은 널찍하면서 아늑했고, 바다랑 갯벌이 가까우며, 곳곳에 빈터나 들이 흔했어요. 시골놀이는 아니지만 골목놀이에 바다놀이에 풀밭놀이를 누리면서 언제나 ‘나이’란 뭘까 하고 생각했어요. 신나게 뛰노는 우리를 바라보는 마을 어른들은 “철없이 놀기만 한다”고 나무랐는데, 어버이 심부름이며 집안일을 다들 엄청나게 함께하기도 했어요. “어른들은 하나도 모르면서.” 하고 혼잣말을 했어요. 곰곰이 생각하면, 나이가 들기만 할 적에는 메마르고, 철이 들면 즐겁게 노래하며 놀리라 생각해요. 놀지 않거나 놀이를 얕보는 분이란 ‘낡은이·늙은이’로 가고, 철빛을 살피면서 아이하고 어깨동무하는 분이란 ‘어른’으로 간다고 생각했어요. 철을 알기에 아이한테 상냥하면서 어진 말씨를 들려주고, 철을 익히기에 아이 곁에서 부드럽고 포근한 눈빛으로 이야기를 편다고 생각해요. 걱정하거나 두려울 일이 있을까요? 철들어 가는 길이라면 걱정도 두려움도 무서움도 잊은 채, 신바람에다가 노래에다가 놀이를 품으면서 참다이 빛나는 하루가 된다고 느꼈어요.


철바보 (철 + 바보) : 철을 모르거나 잊거나 살피지 않거나 느끼지 않는 사람. 철이 들지 않은 사람. 한자를 붙인 ‘철부지(-不知)’를 손질한 낱말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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