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59 삶벗
어린배움터(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들은 낯선 일본 한자말을 잔뜩 만나야 합니다. ‘필요·존재’에 ‘사회·문화·정치’가 다 일본 한자말입니다. 일본 한자말이기에 잘못일까요? 아닙니다. 영어는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저희 터전에 맞게 지은 말입니다. 일본 한자말은 일본말을 쓰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저희 터에 맞게 엮은 말이에요. 우리는 우리 삶과 터와 터전을 헤아려 얼마든지 새말을 짓거나 옛말을 추스르면 됩니다. 어린이한테는 ‘삶·터(←사회)’하고 ‘살림(←문화)’하고 ‘길(←정치)’로 가다듬어 들려줄 만합니다. 수수한 우리말로 우리 삶자락을 그리면 됩니다. 우리가 있는 곳이 모두 터·터전입니다. ‘사회’는 따로 있지 않습니다. 수수하게 삶을 읽고 생각을 잇는다면 ‘삶벗·삶동무·삶지기·삶님’처럼, 또 ‘집벗·집동무·집지기·집님’처럼 새말을 빚어요. ‘길벗·길동무·길지기·길님’도 생각할 만하고 ‘살림벗·살림동무·살림지기·살림님’도 헤아려 봅니다. 이러한 새말과 새이름은 우리 손으로 이 터전을 즐겁게 짓는 밑거름입니다. 낱말책에 담는 낱말이란, “이런 말이 있습니다”를 알려주면서 “이렇게 말을 지어서 써 봐요” 하고 들려주는 얼거리입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