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11.1. 서울나라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2010년 가을에 인천을 떠나면서 인천뿐 아니라 서울도 앞으로는 이따금 찾겠으나 시골에서 그지없이 조용히 살아갈 나날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요 며칠 사이에 서울을 오락가락하고, 또 이틀 뒤 새삼스레 서울로 가는 일이 있어요. 길에서 꽤나 오래 보내는 나날이네 하고 생각하며 시외버스에서 휙휙 스치는 멧골이며 나무에 구름을 바라보았어요. 서울에서 거닐 적에도 높은집 틈새로 언뜻선뜻 비치는 하늘빛을 잡으려 했어요. 오늘은 어쩌다가 저녁 여섯 시에 강서에서 강남까지 전철을 탔습니다. 신촌 언저리에서 내려 길손집을 찾으려 했는데 깜빡 잠들었더군요. 고속버스나루에서 부랴부랴 전철을 내리는데 사람물결이 출렁이더군요. 큰 등짐을 멘 몸으로 이리 휩쓸리고 저리 치이면서 헤맸습니다. 아주 빠르게 흐르는 사람물결에 치이고 밟히고 밀리면서 오도가도 못하는 판이더군요. 이렇게 20분을 진땀을 빼다가 겨우 귀퉁이로 빠져나와 걸상에 등짐을 내려놓고 숨을 돌렸어요.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나 차분히 생각하기로 합니다. 손전화를 켜서 이 둘레 길손집을 어림합니다. 셋쨋줄(3호선)로 갈아타서 신사에서 내리면 꽤 많다고 뜹니다. 어질어질 비틀비틀 사람물결에 새로 휩쓸리면서 드디어 전철을 빠져나온다 싶더니, 길에도 사람은 엄청납니다.


  가까스로 길손집 한 곳을 찾아들고, 값을 치르고, 열쇠를 받아, 주르르 높이 올라와서 자리에 들어가자마자 등짐만 벗고 그대로 누웠어요. 저녁 여섯 시 사십 분 무렵 누워서 밤 열두 시 삼십오 분에 깼습니다. 둘레에서 ‘서울공화국’이란 말을 쓰기도 합니다만, ‘서울나라’라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그나저나 전철뿐 아니라 여느 길에서도 알림판 글씨는 왜 이렇게 작고 안 보이는 데에 있고 영어가 더 커 보일까요. 한밤에 깨어나 곰곰이 하루를 돌아보았습니다. 서울뿐 아니라 나라 곳곳 알림판은 “어린이가 제대로 알아보고서 길을 찾도록 이끌어 주지 못할 만큼 순 엉터리”이지 싶습니다. 모든 알림판은 어린이랑 할머니, 여기에 시골내기하고 이웃사람(외국인)한테 눈높이를 맞출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길을 아는 사람이 들여다보는 길알림판이 아닌, 길을 모르거나 낯선 사람이 들여다보는 길알림판입니다. 여느 책도 낱말책도 매한가지예요. 삶을 잘 아는 사람이 굳이 책을 읽을 까닭은 없어요. 말을 잘 아는 사람이 애써 낱말책을 펼 일도 없을 테지요. 모든 글은 “아직 모르기에 즐겁게 배워서 새롭게 삶을 가꾸고 싶은 이웃하고 어린이하고 시골내기한테 눈높이를 맞추어서 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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