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노래
곁말 6 걷는이
저는 부릉이(자동차)를 거느리지 않아요. 부릉종이(운전면허)부터 안 땄습니다. 으레 걷고, 곧잘 자전거를 타고, 버스나 전철이 있으면 길삯을 들여서 즐겁게 탑니다. 걸어서 다니는 사람은 ‘걷는이’입니다. 걸으니 ‘걷는사람’입니다. 걸으며 삶을 누리고 마을을 돌아보는 사람은 ‘보행자’이지 않아요. 걷다가 건너니 ‘건널목’일 뿐, ‘횡단보도’이지 않습니다. 아이랑 걷든 혼자 걷든 서두를 마음이 없습니다. 시골에서든 서울에서든 거님길 귀퉁이나 틈새에서 돋는 풀꽃을 바라봅니다. 어디에서나 매캐한 부릉바람(배기가스) 탓에 고단할 테지만 푸르게 잎을 내놓는 나무를 살며시 쓰다듬습니다. 걷기 때문에 풀꽃나무하고 동무합니다. 걸으니까 구름빛을 읽습니다. 걸으면서 별빛을 어림하고, 걷는 사이에 아이들한테 노래를 들려주거나 함께 뛰거나 달리며 놀기도 합니다. 걷는 아이들은 재잘조잘 마음껏 떠듭니다. 이따금 꽥꽥 소리를 지르기도 해요. 사람 많은 데에서는 뛰지도 달리지도 외치지도 못하던 아이들은 걷고 뛰고 달리면서 실컷 앙금을 텁니다. 즐겁게 걸으며 둘레를 맞이하는 아이는 가끔 부릉이를 얻어탈 적에 반길 줄 알아요. 그러나 스스로 걸을 적에 가장 신나고 새로우며 멋진 나날인 줄 새록새록 느끼며 자랍니다.
걷는이 (걷다 + 는 + 이) : 걸어서 오가는 사람이기에 ‘걷는이’입니다. 달리면서 오가는 사람이라면 ‘달림이’일 테지요. 헤엄을 즐긴다면 ‘헤엄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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