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노래
곁말 4 삶맛
지난 2004년에 〈The Taste Of Tea〉라는 영화가 나왔고, 우리말로는 “녹차의 맛”으로 옮겼습니다. 아이들을 맞이하기 앞서 만났고, 아이들을 맞이하고서 이따금 이 영화를 함께 보았어요. 줄거리를 간추리자면 딱히 없다 싶으나, 다 다른 한집안이 다 다르면서 스스로 즐겁게 삶이라는 꽃을 피우는 길을 수수하면서 새롭게 숲빛으로 나아간다고 풀어낼 만합니다. 일본사람은 말을 할 적에 ‘の’가 없으면 막힙니다. 이와 달리 우리는 ‘-의’가 없대서 말이 안 막혀요. 저는 ‘-의’ 없이 서른 해 즈음 말을 하고 글을 씁니다만, 여태 막힌 일이 아예 없습니다. 글살림이 널리 안 퍼지던 지난날, 그러니까 누구나 손수 살림을 짓고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며 숲살림으로 보금자리를 가꾸던 무렵에도 우리말에 ‘-의’는 아예 없다고 여겨도 될 만한 말씨였어요. 영화를 우리말스럽게 옮긴다면 ‘차맛’나 ‘녹차맛’입니다. 이웃님 한 분이 뜻깊에 읽은 책에서 “삶의 맛을 알 수 있어”에 밑줄을 죽 그으면서 되새기셨다고 해서 곰곰이 생각했어요. 영어를 옮긴 이 글자락은 “삶이 어떠한가 맛볼 수 있어”나 “삶을 맛보며 알 수 있어”로 손질할 만합니다. 우리로서는 “삶의 맛”이 아닌 ‘삶맛’입니다. 삶멋·삶길·삶꿈·삶글·삶말이에요.
ㅅㄴㄹ
삶맛 (삶 + 맛) : 삶에서 누리거나 느끼거나 나누는 맛. 오늘을 살거나 하루를 살면서 새롭게 겪거나 마주하거나 배우거나 알아차리는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