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0.5.


《도시의 마지막 나무》

 피터 카나바스 글·그림/이상희 옮김, 시공주니어, 2012.3.20.



엊저녁을 돌아본다. 여태 떠남터(장례식장)에서 노래꽃을 석 벌째 올렸다. 노래는 기쁠 적에도 부르고 슬플 적에도 부른다. 노래는 스스로 빛나려고 부르면서 스스로 꿈꾸거나 사랑하려고 부른다. 사람들이 모두 단잠에 든 새벽나절에 짐을 추슬러서 나온다. 엊저녁처럼 조용히 기차나루까지 걷는다. 안개가 짙다. 밤새 형광등이 내리쬐는 곳에서 보내다 보니 머리가 지끈하다. 고흥집에는 아침해가 밝을 무렵 돌아오는데, 몸이 안 풀린다. 낮잠에 들어도 몸이 뻑적지근하다. 나는 바깥일을 보느라 이따금 ‘형광등 나라’인 큰고장을 오가지만, 하루 내내 형광등에 몸을 내맡기는 서울사람은 이녁 기운을 다 갉아먹는 셈일 텐데, 어떻게 버티려나? 《도시의 마지막 나무》를 떠올린다. 나무도 풀꽃도 형광등을 안 반긴다. 사람들이 밤새 형광등을 켜 놓으면 나무도 풀꽃도 시름시름 앓는다. 여느 일터뿐 아니라 돌봄터(병원)조차 형광등이 환하니, 다들 목숨을 갉아먹는 수렁이다. 해가 지면 자는 풀꽃나무처럼, 해가 지면 쉴 사람이다. 햇볕을 쬐고 햇빛을 받고 햇살을 누릴 적에 튼튼한 몸하고 마음으로 살아간다. 서울뿐 아니라 시골에서도 잿빛집을 치우고서 숲을 넓힌다는 얘기는 없다시피 하다. 땅도 하늘도 바다도 망가뜨리면 다같이 죽음길인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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