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칩 쿠키, 안녕 창비아동문고 260
이숙현 지음, 이명희 그림 / 창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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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1.9.30.

맑은책시렁 256


《초코칩 쿠키, 안녕》

 이숙현 글

 이명희 그림

 창비

 2010.11.19.



  《초코칩 쿠키, 안녕》(이숙현, 창비, 2010)을 읽었습니다. 배움터에서 아이들이 맞닥뜨리는 하루는 예나 이제나 엇비슷하며, 앞으로도 썩 안 달라지겠구나 싶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한결 뻑뻑하거나 고단할 만하겠다고도 느낍니다.


  이제 숱한 어린이는 집이나 마을이나 배움터에서 놀이할 틈이 없다시피 합니다. 이른바 ‘빈터’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빈터가 사라진 나라에는 빈틈도 사라졌어요. 아이들이 멍하니 있을 터나 틈이 없고, 아이들이 저희끼리 놀이를 새로 짓고 누리면서 생각을 가꿀 터나 틈이 없습니다.


  왜 아이들은 ‘나이에 맞춰’ 무슨무슨 셈겨룸(시험·평가)을 다 해내야 할까요? 왜 어른들은 아이를 ‘나이로 줄세워서’ 무슨무슨 셈겨룸을 ‘남보다 잘해야 한다’고 여길까요?


  어디에서든지 배우고, 어디에서나 놀 수 있어야 합니다. 배움터에서만 배울 아이가 아니요, 집에서만 놀 아이가 아닙니다. 놀틈에 쉴틈에 숨돌릴틈이 있어야 하고, 생각틈에 꿈틈에 수다틈이 있어야 합니다. 아이한테 틈을 내주지 않는 어른은 이녁 스스로 틈이 없는 나날이곤 합니다. 어른도 서로 싸우고 다투고 겨룹니다. 어른도 헤매고 힘겹고 고단합니다.


  모든 실마리는 쉽게 풀 만해요. 어른은 아이한테 털어놓으면 됩니다. 어떤 살림이요 삶이고 길인가를 찬찬히 밝히며 이야기할 노릇입니다. 어른부터 아이한테 보금자리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는데, 아이도 털어놓고픈 마음이 없겠지요. 《초코칩 쿠키, 안녕》은 여섯 가지 이야기로 여섯 아이뿐 아니라 여섯 어른 이야기를 다루는데, 여섯 더하기 여섯 곁에 숱한 아이하고 어른이 더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맞이할까요? 아이들이 어른한테서 어떤 삶터와 보금자리와 나라를 물려받기를 바라나요?


  여섯 이야기 가운데 뒤쪽 두 꼭지는 갈무리를 조금 덜 한 듯싶습니다. 오늘날 어린이 삶을 여러 곳을 바탕으로 짚으려는 글님 눈길은 알겠는데, 더 지켜보고 기다리면서 어린이로서 누릴 꿈하고 사랑을 새삼스레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여섯 이야기는 모두 배움터(학교)에서 비롯하는구나 싶은데, ‘어린이가 살아가는 나라’를 조금 더 넓게 헤아리면 좋겠어요. 비록 크고작은 고장에서 어린이가 스스로 찾아내고 누릴 빈터가 없다시피 하다지만, 이때에는 우리 어른이 빈터하고 빈틈을 찾아내어, 이 빈터하고 빈틈을 어린이가 누리도록 길동무가 될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여섯 꼭지가 모두 갑갑한 배움터·삶터·나라하고 얽히다 보니, 이 꾸러미를 읽기에도 조금 벅찹니다.


ㅅㄴㄹ


매트에서 일어나면서 나는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내가 일부러 뜀틀에 손을 앞 짚는 것처럼 말했다. 저도 뜀틀에 손을 짚으려고 했어요. 선생님,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요. 하지만 입 밖으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17쪽)


내가 좋아하는 수박의 검은 씨로 더 상처받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 “어쩌면 다시 봐도 꼭 수박씨처럼 생겼네, 세상에나 ……” (35쪽)


그 둘이 섞이는 맛도 좋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기쁘고 즐거운 날에도, 슬프고 짜증나는 날에도 초코칩 쿠키를 먹었다. (55쪽)


엄마는 대체 이번에 몇 번째인 줄 알기나 하는 걸까? 나는 엄마가 하는 말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엄마, 설마 또 학원을 옮기라는 건 아니죠? (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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