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56 둘 사이
우리는 “둘 사이”에서 하나를 골라서 갑니다. “둘 가르기(이분법)”에서 한켠으로 간다면 치우치면서 끼리질이 되지만, “둘 사이”에서 바람을 느끼면서 천천히 걸으면 둘을 그러모으면서 사랑하는 길을 새로 놓기 마련이에요. 더 빨리 가려고 길을 낼 때도 있어요. 지름길입니다. 지름길이란 빠르기는 하지만 이야기가 없어요. 바로가기(순간이동)도 멋스럽지만, 바로가기를 하면 “둘 사이”가 없어서 아무 이야기가 없습니다. 우리가 굳이 오랜 품이나 날을 들여서 천천히 돌아가는 뜻이라면 이동안 이야기를 짓기 때문일 테지요. 지름길만 본다면 둘 사이가 없고 이야기마저 없어요. ‘사이’가 아닌 ‘가르기’라면 이야기가 없을 뿐 아니라 마음도 없고 미움·싸움·시샘이 불거집니다. 뺨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을 느끼도록 걷거나 자전거를 달려 봐요.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을 맛보도록 아이를 안거나 업으면서 마을살림을 누려 봐요. 책을 많이·빨리 읽어 본들 즐겁지는 않아요. 책을 노래하듯 소리내어 읽으면 즐거워요. 아이가 귀를 기울이는 책을 자꾸자꾸 새로 읽어 주니 더욱 즐거워요. “많이·빠르게 가려는 길”이 아닌 “즐겁게·사랑으로 어깨동무하는 길”에 책 한 자락을 동무하듯 품는다면 스스로 아름답습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