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52 힘들게 사네



  웬만한 어른조차 제 등짐을 못 듭니다. 엄청 무겁다고 할 만한 등짐에 사잇짐까지 여럿 겹쳐 들고서 걷거나 자전거를 달립니다. 이런 저를 두고 “힘들게 사네요”나 “고행하시네요” 하고 말하는 분이 있어 “저는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즐겁게 이 길을 걸어요.” 하고 말합니다. 즐기는 하루가 모이고 살림하며 노래하니 삶이 사랑으로 나아가거든요. “자가용 좀 몰면 안 힘들 텐데” 하고 묻는 분한테 “저는 글을 쓰고 읽는 길을 가기로 했기에 손잡이를 안 쥐기로 했습니다. 손잡이를 쥐고서 어떻게 글을 쓰고 읽나요?” 하고 말하지요. “무거운 책을 짊어지느라 책을 못 읽지 않나요?” 하고 되묻기에 “전 이 등짐을 짊어지고 걸어다니면서도 글꾸러미(수첩)를 펴서 글을 쓰고 한 손에 책을 쥐어요. 걸으면서도 얼마든지 쓰고 읽어요.” 하고 보탭니다. 몸소 이고 지고 다니면 힘들다고들 말하지만, 먼먼 옛날부터 얼마 앞서까지 누구나 스스로 이고 지며 살았어요. 아기는 어버이가 폭 감싸안을 적에 사랑스러운 기운을 느껴요. 종이꾸러미인 책도 똑같습니다. 두 손에 쥐고 펼 적에 책은 우리한테서 사랑빛을 받아서 반짝거려요. 손에 쥘 책을 등짐으로 이고 지며 집으로 나릅니다. 제 온사랑을 종이꾸러미한테 살며시 베풀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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