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50 느낌글 말씨
아직 말에 눈을 뜨지 않던 무렵에는 “어느 말이든 받아들이면서 제 생각을 나타내는 실마리”로 삼으려고 했습니다. 조금씩 말에 눈을 뜰 즈음부터 “아무 말이나 받아들이면 제 생각을 제대로 나타내는 실마리가 아니라 엉킨 실타래가 된다”고 느꼈습니다. 얼핏 본다면 저는 ‘우리글 바로쓰기·우리말 살려쓰기’를 하는 셈이지만, 곰곰이 본다면 제 말글은 “생각을 푸르게 가다듬어 숲을 노래하려는 이야기가 될 씨앗”이라고 할 만합니다. 어떤 말이든 귀담아듣되 아무 말이나 입에서 흘러나오지 않도록 추스릅니다. 어떤 말이든 곱씹어 보고서 스스로 펼 새말을 손수 짓고 엮고 여미어서 옮깁니다. 그림책 느낌글을 쓰든 삶책(인문책) 느낌글을 쓰든, 우리는 부드럽고 쉽게 가다듬으면 됩니다. 문학평론·사회비평을 하는 전문지식인 말씨로 그림책 느낌글을 적는다면 어쩐지 어린이하고 동떨어지는구나 싶습니다. 그림책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놀이’가 바탕입니다. 이 놀이를 ‘사랑’으로 그리고 나누지요. 놀면서 사랑을 배우는 아이들이 ‘어떤 말’을 쓸까 하고 헤아리면, 그림책 느낌글로 담아낼 말결, 그림책을 바라보는 눈빛, 아이들하고 하루를 신나게 노는 살림, 아이들이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을 사랑, 이 모두 확 피어나겠지요.
* 덧 : 《펠레의 새 옷》이라든지 《닭들이 이상해》라든지 《날아라 꼬마지빠귀야》나 《닉 아저씨의 뜨개질》 같은 그림책, 《영리한 공주》와 《내 친구 튼튼 제인》과 《하이디》와 《플란다스의 개》와 《북풍의 등에서》와 《모래요정과 다섯 아이들》 같은 동화책을 찬찬히 누려 보면 “말씨(말이라는 씨앗)”가 어떤 힘이 있는지 새록새록 들여다볼 만하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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