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시작했습니다 - 신간 서점 Title 개업 기록
쓰지야마 요시오 지음, 송태욱 옮김 / 한뼘책방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책읽기 2021.9.2.

인문책시렁 206


《서점, 시작했습니다》

 쓰지야마 요시오

 송태욱 옮김

 한뼘책방

 2018.11.10.



  《서점, 시작했습니다》(쓰지야마 요시오/송태욱 옮김, 한뼘책방, 2018)는 어느 날 문득 책을 즐기다가 푹 빠져서 사랑한 분이 책집일꾼으로 지내다가 스스로 마을책집을 새로 열기까지 걸어온 길을 들려줍니다. 책을 읽는 내내 “일본하고 우리나라는 참으로 다르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다른 만큼 우리 나름대로 앞으로 새길을 닦을 노릇”이라고도 여겼습니다.


  일본을 살피면 잘난책(베스트셀러)도 많지만 수수책도 많습니다. 삶자락 한켠을 조촐히 담는 책도 매우 많습니다. 그림꽃책(만화책)을 얕보거나 깔보는 사람은 적으며, 그림책을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도 즐기는 사람이 많아요. 우리는 책판이 참으로 조그맣습니다. 사람이 적기 때문에 책판이 조그맣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도 사람은 무척 많습니다만, 거의 모두 배움수렁(입시지옥)이라는 틀에 스스로 휘말리기에 책판이 조그맣습니다.


  마침종이(졸업장)가 있어야 일자리를 얻는 이 나라에서 사람들이 갖가지 책을 다 다른 눈썰미로 읽기란 어렵겠지요. 솜씨종이(자격증)가 있어야 새길을 열 만하다고 여기는 이 나라에서 사람들 스스로 삶자락 한켠을 조촐히 밝히는 책을 눈여겨보기도 힘들 만합니다.


  마침종이·솜씨종이 탓에 담벼락에 부딪힌 분들은 으레 마침종이·솜씨종이를 거머쥐려고 합니다. 힘들다고 하거든요. 종잇조각은 내려놓고서 이야기를 담은 꾸러미인 책을 고루 읽을 틈이 없이 바쁘다고도 합니다. 이런 판이니 잘난책(베스트셀러)에 쉬 빠져듭니다. 삶을 고루고루 담은 수수책은 잘 안 읽을 뿐 아니라, 수수책이 펴는 이야기를 찬찬히 읽고 느낄 틈을 못 내기도 합니다.


  곰곰이 보면 벼슬아치(공무원) 가운데 마을책집을 드나드는 분이 이따금 있습니다만, 웬만한 벼슬아치는 마을책집을 안 드나듭니다. 고을지기(시장·군수) 가운데 마을책집으로 찾아가서 책을 사는 이가 있나요? 숱한 지기(교육감·장관·국회의원·시의원·군의원) 가운데 즐거이 짬을 내어 마을책집에 깃들어 책읽기를 누리는 이는 몇쯤 될까요? “책을 꼭 읽어야 하지는 않습니다만, 종이책조차 안 읽는 사람이 ‘마음·살림·삶·숲·사람·풀꽃나무·하늘·바람·비·흙·풀벌레·사랑이는 책’을 찬찬히 읽거나 제대로 읽는다고는 여기기 어렵”습니다.


  이런 판이니, 누리책집 〈예스24〉가 지난 한 해 책팔이로 1000억이 넘게 더 벌어들였다는 핑계를 내세워 온나라 마을책집을 뒷전으로 내모는 벼슬아치 바보짓이 쉽게 춤춥니다. 우리 민낯입니다. 우리 벼슬아치와 나라지기 민낯일 뿐 아니라, 이런 벼슬아치와 나라지기를 뽑은 우리 민낯입니다.


  “아무 책”이나 읽지 않기를 바라요. “어느 책”이든 읽어도 좋으니, 언제나 ‘삶과 숲과 숨결이라는 빛줄기를 읽는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폐점이 정해진 후 제가 생각한 것은 ‘이케부쿠로 본점을 어떻게 끝낼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40쪽)


리브로 이케부루로 본점의 매상은 2300만 엔이었습니다. 계산한 손님의 수는 8천 명이었는데, 제가 아는 한 사상 최고의 매상이었습니다. 이케부쿠로 본점의 마지막 날은 확실히 슬픈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웃었고, 훈훈했던, 인생에서 특별한 날이 있다면 이런 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가장 좋은 하루이기도 했습니다. (46쪽)


일부러 먼 곳에 있는 서점까지 가서 책을 사려는 사람이 있는 것은, 상품을 사고 싶거나 갖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서점에 가는 체험을 하고 싶어서라고 생각합니다. (68쪽)


서점만이 아니라 가게에 가는 즐거움 중의 하나는 알지 못했던 것이나 가치관과의 만남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느새 모두가 좋다는 것을 모방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90쪽)


대형서점에 오는 사람은 점원을 ‘계산해 주느 사람’ 이상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즐기기보다는 용무를 서둘러 끝내겠다는 분위기의 손님이 많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실수 없이 제빠르게 계산하는 것만을 요구받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46쪽)


책을 만져 봄으로써 그 감촉으로 그것이 직감적으로 좋은 것인지, 자신과 맞는 것인지가 자연스럽게 전해지고, 읽지 않아도 그 책의 내용까지도 왠지 모르게 알 수 있습니다. (173쪽)


#本屋はじめました #新刊書店TITLE開業の記錄 #つじ山良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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