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47 한글맞춤틀



  1935∼1936년에 조선어학회에서 펴낸 《한글》이란 달책을 펴면, ‘조선어 맞춤법 통일안’을 세우려고 몹시 애쓰면서 ‘기독교회’와 크게 싸우는 이야기가 빼곡합니다. 뒷날 ‘한글맞춤법’으로 이름을 바꾸는데, 고장마다 달리 쓰던 말씨(사투리)가 매우 나쁘다고 여기면서 서울말(교양 있는 표준말)을 세워야 한다고 목청을 높입니다. 조선어학회는 나중에 한글학회로 이름을 바꿉니다. 배움모임(학회) 이름에서 드러나듯 말이 아닌 글을 눈여겨봅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다르게 생각을 담는 말길이 아닌, 사람들이 모두 똑같이 쓸 그릇이라는 글길을 파고들지요. 이러다 보니 조선어학회(한글학회) 분들은 “사람들이 어떤 말을 어떻게 가누어 쓰고, 어떤 삶을 어떤 말에 담도록 짓는가 하는 이야기”는 아예 안 다루다시피 합니다. 총칼나라(일제강점기) 한복판에 나온 《한글》은 책이름만 한글로 쓸 뿐, 몸글엔 한자를 새까맣게 써요. 논밭을 지으며 아이를 낳아 돌보는 여느 순이돌이는 ‘우리말이란 생각길’을 연다면, 붓을 쥐어 책을 엮는 글바치는 ‘틀(표준)에 따르는 글씨’만 바라보더군요. 이러한 틀은 안 나쁩니다만, 다름(다양성)을 얕보거나 지나치기 쉽지요. 사투리는 다름·멋·삶·살림이면서 사랑으로 흐르는 생각씨앗이에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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