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맑은 물살 창비시선 137
곽재구 지음 / 창비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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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2021.8.27.

노래책시렁 195


《참 맑은 물살》

 곽재구

 창작과비평사

 1995.11.10.



  저한테 돌볼 아이가 없던 무렵에도 글을 쓸 적에는 늘 “어린이도 함께 읽도록 쓴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줄거리나 이야기를 다루더라도 “어린이가 못 읽을 글은 못 쓰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른만 읽는 글꽃(문학)은 얼마나 아름답거나 값질까요? 우리는 글꽃이란 이름으로 어떤 속내나 민낯을 그리는가요? “어른만 읽도록” 또 “글 좀 읽은 어른만 읽도록” 맞추면서 글꽃이라는 허울을 붙이거나 내세우지는 않는지요?  《참 맑은 물살》을 읽다가 고흥하고 인천 이야기를 오래도록 되읽어 보았습니다. 고흥사람도 인천사람도 아닌 글님이 바라본 고흥하고 인천은 이러한 빛이요 삶이로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참말로 고흥에 노닥술집(단란주점·유흥주점)이 많습니다. 시골에까지 이런 노닥술집은 왜 많아야 하나요? 인천에는 비둘기도 많지만 갈매기도 많습니다. 또 코앞이 갯벌이라 이 터로 찾아드는 철새도 수두룩합니다. 그렇다면 고흥하고 인천을 바라볼 어린이라면 무엇을 느끼거나 생각할 만할까요. 이 고장 어린이는 스스로 무엇을 꿈꾸면서 하루를 가꿀 만하나요. 글꽃이란 이름을 내걸고서 글을 쓰는 모든 어른이 이 대목을 헤아리기를 바랍니다. 구경하듯 쓰지 말고, 겉훑기로는 더 쓰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ㅅㄴㄹ


노란 스타킹의 이금순 / 녹동 선창 금다방에 몸 풀었네 / 구기자꽃 바람 날리는 시산 앞바다 / 고깃배빚 오백만원 갚는다고 / 아버지 몰래 처음 수평선 떠났네 / 선창에 반짝이는 네온사인 불빛들 / 국일장 만수장 영하장 동백장 삼미장 / 불빛 속에 한 석달 꾹 참고 있노라면 (금다방/19쪽)


친구여 / 인천 만석동 개펄 어디에서 / 네가 처음 태어나던 날 / 나는 축전 하나 보내지 못했구나 / 세상일에 너무 쫓기고 허덕였으므로 / 밥벌이에 숨쉴 불똥 하나 찾지 못했으므로 / 갈매기 새끼 한 마리가 얼룩무늬 알을 깨고 / 이 세상에 태어나는 일 살피지 못했구나 (인도교 지나며―한 갈매기를 위하여/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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