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로 2 - 테츠카 오사무 시리즈
테츠카 오사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8.27.

어버이는 아이한테


《도로로 2》

 테즈카 오사무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7.12.25.



  《도로로 2》(테즈카 오사무/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7)을 쉽게 읽을 만하지만, 어렵게 생각할 만하지도 않습니다. 그림꽃에 나오는 곳은 지난날 칼부림이 춤추던 일본 어느 때이고, 이즈음 숱한 어른아이가 칼끝에 목숨을 쉬 읽었다지요. 나라지기나 칼잡이는 사람 목숨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그들이 설 곳, 이른바 ‘꼭두자리’를 바라봅니다. 힘을 거머쥐는 우두머리 노릇을 바라보기에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다루거나 부려요.


  곰곰이 보면 어느 누구도 굶거나 고단해야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푸른별에서는 모든 목숨이 넉넉히 살아갈 만하거든요. 풀꽃나무도 들짐승도 헤엄이도 새도 풀벌레도 즐거이 어우러지면서 춤노래로 살림을 지을 만합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사람이 어느 날 다툼질을 꾀하고, 이 다툼질은 금긋기로 잇닿고, 금긋기에 이어 싸움연모를 더 날카롭게 벼려서 죽이고 짓는 노닥질을 일삼습니다.


  아직도 싸움연모는 무시무시합니다. 그런데 싸움연모로 끝이 아니에요. 우리나라는 젊은 사내를 싸움판(군대)으로 끌고 갑니다. 싸움판은 사람을 “쉽고 빠르게 많이 죽이는 솜씨”를 길들입니다. 나라를 지키려는 싸움판이 아닌, 나라를 망가뜨리고 돌이순이(남녀)가 서로 미워하며 다투도록 부추기는 곳이기도 합니다.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아이가 주먹다짐을 할 까닭이 없어요. 사랑을 잊거나 잃은 탓에 주먹다짐을 하고 동무나 동생을 괴롭힐 뿐 아니라, 나중에는 언니까지 괴롭힙니다. 이들은 스스로 뭘 했는지 잊어요. 스스로 일삼는 주먹질이 뭔지조차 모릅니다. 길든 몸이 되었거든요. 싸움판은 젊은 사내가 주먹질을 쉽게 하도록 길들이고, 이런 몸이 되어 싸움판 바깥으로 돌아가더라도 넋을 좀처럼 못 차리기 일쑤입니다. 왜냐하면, 싸움판에서 물든 찌끄러기를 씻거나 털어야 하는데, 젊은 사내더러 “얼른 일자리 안 찾고 뭐 하냐?”고 다그치는 숱한 어버이 잔소리를 들으니까요.


  그림꽃책 《도로로》는 칼부림이 판치던 지난날에 빗대어 오늘날 터전을 날카롭게 따지고 나무랍니다. 오늘날 “어른이란 이름인 늙은이”가 올려세운 나라(정부)가 무슨 짓을 일삼는지 따집니다. “허울은 어른이되 속내는 늙은이”인 이들이 거머쥔 힘·이름·돈이 어린이하고 젊은이를 얼마나 억누르거나 들볶거나 죽음길로 내모는가를 나무라요.


  잘 봐야 합니다. 모든 우두머리(대통령·통치자)는 싸움연모를 없앨 생각이 없고, 싸움판(군대)을 없앨 뜻이 없습니다. 살림길을 익히는 열린배움터(대학교)가 아니라 “돈을 잘 벌 일자리를 따려고 마침종이(졸업장)를 얻는 쳇바퀴”인 민낯입니다.


  어버이는 아이한테 빛이 될 노릇입니다. 아이는 어버이한테 사랑이 되면 넉넉합니다. 어버이는 아이한테 살림을 물려줄 노릇입니다.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삶을 배우면 즐겁습니다. 이밖에 할 일이 있다면, 서로 손을 잡고서 숲에 깃들어 춤추고 노래하면서 놀면 돼요.


ㅅㄴㄹ


“도로로, 왜 그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응. 석산 꽃은 어쩜 이렇게 피 색깔을 닮았을까.” (14쪽)


“덤벼라! 머리꼭지에 피도 안 마른 대관의 수하 놈들아. 내 아내가 안전한 곳으로 도망칠 때까지 원없이 상대해 주마!” (30쪽)


“이건 돌려드리겠소. 사람들이 굶어죽는 판국에 이런 맛난 걸 먹는 건 당신네들 무사뿐일 거요.” (45쪽)


“자, 엄마 품에 얼굴을 묻으렴. 그럼 따뜻할 거야.” “엄마, 전쟁은 언제쯤 끝날까?” “곧 끝날 거야. 틀림없이 곧 끝날 거야. 그때까지 꼭 살아남자, 도로로.” “엄마, 하나도 따뜻하지 않아.” (51쪽)


“웃기지 마! 난 인간이야! 아무리 비참하고 고통스러워도 난 인간이라구!” (56쪽)


“전쟁은 끝났지만 이 칼은 피맛을 기억하고는 참질 못해.” “흥! 헛소리 늘어놓으면서 칼 핑계를 대지만 사실은 네가 사람을 베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난 이 녀석(칼)에게 조종당하고 있을 뿐이야. 그래서 3일에 한 명씩 나그네를 베지.” (59쪽)


“엄마도 아빠도 다 죽었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누가 죽든 내 알 바 아니란 말이야!” “넌 참 가엾은 아이구나. 하지만 그건 우리가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었어. 그런데도 우리를 괴롭히다니, 그건 너무해.” “시끄러워!” (78∼79쪽)


“감히 아이들을 죽였겠다! 마치 무슨 무 쏘듯 쏴 죽였겠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137쪽)


“전쟁이라면 넌더리가 나. 사양하겠어.” “자네가 워낙 훌륭한 솜씨를 가지고 있는 게 아까워서 하는 말이야.” “흥! 난 전쟁을 위해 태어난 게 아니야. 할 얘기는 그게 단가. 그럼 이제 그만 나가 줘.” (165쪽)


“내게 어머니가 있었다면, 날 버리는 짓 따위 할 리 없잖아. 절대 그럴 리 없잖아.” (171쪽)


“전쟁이 끝날 것 같으면 녀석들은 마을사람들에게 요술을 걸어서 좀더 전쟁을 오래 끌도록 만들어.” “어째서 그런 짓을 하는 거지?” “어째서냐니. 전쟁이 끝나면 녀석들의 먹잇감이 없어질 거 아니야?” (179쪽)


“무사 나리. 우린 적이 아니에요. 당신들이 멋대로 적과 아군으로 나눈 거잖아요. 왜 우리가 죽어야 하는 거죠?” (193쪽)


“스케로쿠! 우린 이제 죽을 거야.” “안녕. 다시 태어나면 또 만나자.” “죽으면 안 돼. 어떻게든 도망쳐야 해.” (193쪽)


#どろろ #手塚治虫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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