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정령 톰티 어린이문학방 12
니나 블라존 지음, 카린 린더만 그림, 이명아 옮김 / 여유당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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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1.8.25.

맑은책시렁 251


《나무정령 톰티》

 니나 블라존 글

 카린 킨더만 그림

 이명아 옮김

 여유당

 2021.6.10.



  《나무정령 톰티》(니나 블라존·카린 킨더만/이명아 옮김, 여유당, 2021)를 읽고서 ‘정령’을 생각해 봅니다. 이 책은 “ein Baum fur Tomti”란 이름으로 나왔고, “톰티한테 맞는 나무”쯤으로 옮길 만합니다. “나무를 찾는 톰티”나 “나무아이 톰티”라 해도 어울려요. 줄거리로 본다면 ‘정령’이 아닌 ‘아이’라 해야 맞습니다. 또는 “나무빛 톰티”라 할 만해요.


  우리는 ‘몸’이라는 옷을 입은 ‘넋’입니다. 우리 넋은 ‘빛’이에요. 우리가 숨을 거둔다고 할 적에는 “몸이라는 옷을 내려놓는다”는 뜻입니다. 몸이라는 옷을 내려놓을 적에 “몸을 그동안 입고 살던 넋인 빛”이 사르르 빠져나와요.


  넋이라는 빛한테는 나이가 없습니다. 넋이라는 빛은 가시내도 사내도 아닙니다. 넋이라는 빛은 아무것도 안 먹어요. 넋이라는 빛은 몸을 다스리려고 무엇을 먹거나 씻거나 갈고닦습니다.


  넋이라는 빛은 몸뚱이를 입고 살듯, 몸뚱이는 집이라는 곳에서 지내려 해요. 이리하여 톰티는, 나무에서 태어난 아이인 톰티는, 제가 처음 태어난 나무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나서려 합니다. 태어난 나무를 잃은 나머지 헤매다가 마음이 맞는 ‘사람아이’를 만나요. 그래요. ‘나무아이’가 ‘사람아이’를 만나서 사귀고 노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나무정령 톰티》입니다.


  줄거리만 본다면 썩 볼만할는지 모르나, 막상 책을 펴면 ‘나무아이’를 너무 사람스럽게 그렸구나 싶어요. 나무아이가 나무스럽게 놀거나 생각하지 않아요. 더구나 다른 나무에 깃든 숱한 넋이요 빛도 지나치게 사람스레 그렸습니다.


  매캐한 잿빛이 되고 만 서울·큰고장을 나무라면서 우리가 나아갈 푸른길을 어린이한테 들려주려는 뜻은 좋습니다만, 글님은 이 뜻에 너무 매인 나머지 막상 나무아이도 나무빛도 나무 곁에서 푸르게 숨쉬며 노래할 사람아이 숨빛도 찬찬히 보거나 가만히 귀를 기울이는 결을 놓쳤지 싶어요. 옮김말도 썩 어린이 눈높이에 안 맞구나 싶어요. 부디 어린이 숨빛을 바라보고 나무 숨결을 곁에서 얼싸안는 삶을 짓는 하루를 누리는 곳에서 글을 쓰고 가다듬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숲의 정령은 누구나 자기가 태어난 나무가 있어. 그 나무가 자기한테 딱 맞는 거고. 그런데 야자나무 안의 집은 너무 작아서 잘 때면 몸을 돌돌 말아야 해.” (20쪽)


톰티는 잔뜩 겁을 먹고 어깨를 웅크린 채 주위를 둘러보고는 바짝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온통 빤질빤질한 회색뿐이야! 엄청나게 큰 사람들밖에 없고, 용이 아무 데서나 독가스를 뿜으면서 울부짖고 있어!” (29쪽)


길을 걸으면서 톰티 눈에 이 동네가 어떻게 비칠지 살펴보았다. 수많은 아파트, 아스팔트로 뒤덮인 회색 도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자동차와 전철, 마야는 갑자기 도시가 너무 시끄럽고 너무 황량하고 무섭게 느껴졌다. (30쪽)


“북쪽 나라 자작나무숲은 깨끗한 비가 내리고 눈보라가 치고 바람이 불어서 늘 깨끗해. 그런데 여기는 아니야. 봄이 되면 도시에 사는 자작나무 정령은 꽃가루까지 붙어서 날려 보내야 해.” (59쪽)


“난 까마득한 옛날부터 이 집 바로 뒤에 있는 오래된 딱총나무에서 살고 있어. 그런데 너희 셋처럼 나무정령을 다정하게 돌봐 주는 사람 아이들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단다.” (103쪽)


#einBaumfurTomti #NinaBlazon #KarinLinder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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