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43 살아남기
마을책집(동네책방·독립서점)이 부쩍 늘었다고 말하는 듯하지만, 1995∼2015년 사이에 닫은 책집이 어마어마합니다. 이 스무 해 사이에 4000이 넘는 책집(새책집·헌책집)이 자취를 감추었지 싶습니다. 묵은 전화번호부를 헌책집에서 볼 때면 으레 구경하거나 장만하면서 “전화번호부에 이름을 올린 책집”을 어림하는데, 전화 없이 마을책집이던 곳이 훨씬 많기에, 또 “세무소에 책집으로 안 올린 곳”도 수두룩했기에, 조용히 열고 닫은 곳은 그동안 책집마실을 다니면서 눈으로 보고 책벗한테서 들은 얘기를 갈무리해서 생각하곤 합니다. 예나 이제나 책을 손에 쥐어 읽는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며 하루를 지으려는 길을 간다고 여깁니다. 나라에서는 책읽기를 안 북돋우기 마련입니다. “책읽기 = 바꾸기(혁명)”이거든요. “책읽기 = 낡은 틀·굴레를 벗고 새빛을 찾으려고 나부터 바꾸기”예요. 우리나라를 보면 배움수렁(입시지옥)을 그대로 둡니다. 배움수렁이 있는 곳에 “참된 책읽기”는 뿌리내리거나 퍼지기 어렵습니다. 마을책집이 살림을 탄탄하며 즐거이 이으려면 배움책(교과서·학습지)을 치우고 ‘살림책’을 놓아야겠지요. 종이책뿐 아니라 살림과 사랑과 삶을 온몸으로 익히고 누리며 나누도록 이바지하는 길로 틀어야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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