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 자연주의자의 일기 - 지구에 무해한 존재가 되고 싶은 한 소년의 기록
다라 매커널티 지음, 김인경 옮김 / 뜨인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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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2021.8.17.

숲책 읽기 171


《15살 자연주의자의 일기》

 다라 매커널티

 김인경 옮김

 뜨인돌

 2021.3.25.



  《15살 자연주의자의 일기》(다라 매커널티/김인경 옮김, 뜨인돌, 2021)를 만나서 반가웠으나, 책을 읽으며 내내 한숨을 쉬었습니다. 틀림없이 열다섯 살 푸른씨가 쓴 글을 옮겼을 테지만, 하나도 열다섯 살 말씨가 아니요, 숲을 사랑하는 푸른씨가 쓴 글을 옮겼다는데, 글에서 푸른빛이나 숲빛이 나지 않아요.


  이웃나라 푸른씨한테 ‘자연주의자’ 같은 이름은 얼마나 어울릴까요? 그런데 영어 낱말책은 ‘naturalist’를 “동식물 연구가, 박물학자”로 풀이하고, 독일 낱말책은 “자연주의자, 자연 연구자, 박물학자”로 풀이하는군요. 낱말책 풀이를 고스란히 붙였구나 싶은데, 열다섯 살에 이르도록 숲을 사랑하고 숲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하루를 갈무리한 책이라면 ‘숲아이’쯤으로 옮겨야 걸맞겠다고 봅니다. 열다섯 살 푸른씨는 내내 ‘숲’을 이야기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숱한 어른이 잊어버린 숲을 말합니다.


  영어 ‘forest’만 ‘숲’이 아닙니다. ‘nature’도 으레 ‘숲’입니다. 《diary of a youngn aturalist》에도 나옵니다만, 열다섯 살 푸른씨는 매캐한 바람에 둘러싸여 돈만 바라보는 어른을 끔찍하게 싫어하지만 사랑으로 녹이면서 보듬고픈 마음입니다. 책을 좀 덮어 보겠어요? 손전화도 끄고 글은 이제 그만 읽어 보겠어요?


  눈을 감고서 바람을 읽어 보겠어요? 스스로 읽고 느낀 바람을 스스로 말로 옮기고 노래로 담아 보겠어요? 이제 눈을 뜨고서 나무를 안아 보겠어요? 나무를 안다가 귀를 나무줄기에 대고서 가만히 나무 숨결을 느껴 보겠어요? 나무가 무어라 속삭이나요? 나무 이야기가 잘 들리나요?


  배우고픈 마음은 크지만, 갇힌 울타리인 배움터(학교)는 영 못마땅한 아이는 고단합니다. 우리는 언제쯤 형광등을 치우고 엘이디(LED)도 치울까요? 우리는 언제쯤 밤을 어둡게 누리면서 별빛을 맞이할까요? 우리는 언제쯤 자가용을 싹 치워 버리고 두 다리로 걷거나 자전거를 탈까요? 우리는 언제쯤 다섯겹(5층)이 넘는 잿빛집을 싹 밀어내어 아름드리 나무가 자라는 숲으로 바꿀까요?


  우리는 ‘-주의자’가 아닌 ‘-사랑’이 될 노릇입니다. 수수하게 ‘-순이·-돌이’가 될 노릇입니다. 숲돌이 곁에 숲순이가 있으면 됩니다. 서로 숲사랑으로 만나면서 하루를 푸르게 노래하면 됩니다. 책으로는 못 배웁니다. 숲에서 살림빛으로 사랑을 배웁니다.


ㅅㄴㄹ


봄은 우리 내면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 만물이 공중으로 붕 떠오르는 계절이니 인간도 이리저리 흔들릴 수밖에 없다. 빛도, 시간도, 할 일도 많아진다. (22쪽)


교실은 밝다. 너무 밝아서 노란빛과 빨간빛이 내 망막을 뚫을 지경이다. 형광등 불빛이 자연광을 잠식하고 있다. 밖이 보이지 않는다. 상자 속에 갇힌 기분이다. 우리 속의 야생동물처럼. (46쪽)


우리가 나무의 언어를 번역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나무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을 텐데. (88쪽)


그저 고요함과 수달, 수달과 고요함뿐이었다. 나는 그 순간 큰 힘에 압도되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232쪽)


바람이 간질이는 느낌을 느껴 보려고 손을 뻗었다. 대륙검은지빠귀가 내 손바닥 위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 일은 없겠지만, 내가 자연과 사람을 향해 항상 손을 뻗은 채로 있으리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283쪽)


#diaryofayoungnaturalist #DaraMcAnul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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