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7.24. 단연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낱말책을 엮을 적에 어느 낱말을 올리거나 덜어내느냐를 놓고 한참 실랑이를 합니다. 꼭 더 넣어야 하느냐를 살피고, 이제는 덜어도 되려나 생각합니다. 둘레에서 아직 쓴다면 그대로 둘 만하고, 어느덧 해묵은 낱말이로구나 싶으면 그만 자리에서 내려와 조용히 쉬라고 속삭입니다.


  제가 안 쓰는 낱말 가운데 ‘단연(斷然)·단연코’가 있습니다. 이 한자말을 왜 안 쓰느냐 하면 즐겁게 생각을 펴도록 북돋우는 우리말이 수두룩하거든요. 이를테면 ‘바로·참말로·무엇보다·누구보다’나 ‘아주·매우·무척·몹시·너무’가 있어요. ‘더없이·그지없이·가없이·그야말로·이야말로’가 있고, ‘꼭·반드시·도무지·조금도·하나도’가 있으며, ‘먼저·마땅히·늘·언제나·노상’이나 ‘첫째·으뜸·꼭두·꽃등’이 있습니다. 때로는 ‘딱자르다’를 씁니다. 어떤 이는 우리말로만 쓰면 말결이나 말길이 좁지 않느냐고 합니다만, 우리말을 스스로 얼마나 살피거나 부리거나 다루거나 생각해서 쓰는가를 돌아보아야지 싶어요. 우리는 아직 우리말을 우리말스럽게 쓰는 길을 거의 모르는 채 아무 말이나 쓰는 사람이지는 않을까요?


  아무 말이나 쓰면 아무 생각이나 합니다. 아무 말이나 쓰면 남(사회)이나 꾼(전문가)이 쓰는 말씨를 고스란히 따릅니다. 아무 말이나 쓰느라 아무 생각이나 하기에 남말이나 꾼말에 휘둘립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길이라면 스스로 말길을 찾고, 삶길이며 살림길이며 사랑길을 찾아요. 가장 쉬운 곳부터 헤아릴 노릇이에요. 생각을 담는 아주 조그마한 낱말 하나를 어느 만큼 살펴서 쓰느냐를 알지 못한다면, 우리는 우리 생각이 무엇이며 어떻게 뻗어서 어떻게 자라는가를 하나도 알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쉬운 말이 아름길(평화)인 까닭이 있어요. 쉽게 말하도록 말씨를 가다듬기에 어린이하고 동무를 하고, 풀꽃나무하고 마음으로 만납니다. 쉽게 글을 쓰려고 글결을 추스르기에 우리 마음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날갯짓하는 생각이 빛납니다. 쉬운 말은 아름길로 가는 첫단추이자 숲길이며 바다라고 할 만합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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