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7.22. 제자리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나라(정부)가 떠드는 말을 들으면 어느 하루도 바람이 잘 날이 없습니다. 어릴 적부터 늘 그렇습니다. 천자문을 익힌 뒤 새뜸(신문)을 혼자 읽을 수 있던 열 살 무렵, 문득 어머니한테 “어른들은 왜 신문을 읽어요? 이렇게 재미없고 나쁜 이야기만 가득한데요?” 하고 여쭙니다. 어머니는 “그러게 말이다. 뭘 볼 게 있다고.” 하십니다.


  곰곰이 보면, 나라만 걱정거리하고 두려움을 심으려고 떠들지 않아요. 숱한 글꾼도 글에다가 책으로 갖은 걱정거리하고 두려움을 심어 놓습니다. 갈라치기를 하는 글하고 책이 넘치고, 미워하고 아파하는 이야기가 수두룩합니다. 어느 날 어머니한테 여쭙니다. “어머니, 어머니가 보는 연속극이나 아버지가 읽는 신문이나 똑같지 않아요?” “시끄러. 안 들리잖아.”


  풀꽃나무는 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도, 애벌레란 몸을 버리고 나비로 깨어난 이웃도, 하루 내내 노래하는 새도, 그늘을 드리우다가 비를 뿌리는 구름도, 늘 새롭게 삶을 들려줍니다. 그런데 이 같은 이야기가 새뜸이나 책에 나오는 일은 드물어요. 없다시피 하다고 해도 좋습니다. 아이들이 뛰놀면서 활짝 웃으며 터뜨리는 말이 새뜸 한복판에 나오는지요? 땀이 흥건한 채 뛰노는 아이들 모습을 책에 제대로 싣는지요?


  서로 갈라치며 미워하는 이야기가 아닌,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즐거이 살림하면서 사랑을 짓는 이야기를 쓰고 읽고 물려주어야지 싶습니다. 제가 우리말꽃을 쓰는 바탕은 이렇습니다. 어느 낱말을 안 쓰고 어느 낱말을 쓰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생각을 슬기로이 살림하는 사랑으로 가다듬어 아이들이 물려받을 만하도록 우리 어른부터 즐겁고 제대로 쓰고 아로새기자는 뜻입니다. 칠월에는 인천·익산·제주 마을책집을 다녀오면서 책상맡에 머물 틈이 확 줄었습니다. 새로 여미는 낱말책을 돌아보는 틈이 줄어든 셈입니다. 한밤에 차근차근 가다듬다가, 거미줄에 걸려 파닥이는 잠자리 날갯짓 소리를 듣다가, 잠자리하고 거미 둘 사이에 누구를 생각해야 하나 갈팡질팡하다가, 해가 뜨려는 소리를 듣다가, 새벽바람을 느낍니다.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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