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책방 천일야화
백창화 지음 / 남해의봄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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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7.23.

인문책시렁 190


《숲속책방 천일야화》

 백창화

 남해의봄날

 2021.5.20.



  《숲속책방 천일야화》(백창화, 남해의봄날, 2021)는 충북 괴산에서 마을책집을 돌보는 하루를 조곤조곤 풀어냅니다. 마을책집이라는 살림길을 여미며 즐거운 일도 있지만 괴로운 일도 있고, 보람찬 하루도 있으나 고단한 하루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는 즈믄밤꽃(천일야화)처럼 펼칠 만합니다.


  시골에서 살며 나라 곳곳 마을책집으로 찾아가자면, 먼저 시외버스나 기차를 타고 오래오래 달려야 합니다. 이 큰고장을 가로질러 저 큰고장으로 가야 하고, 숱한 찻길을 지나갑니다. 온나라가 삽질판이지만 아직 숲하고 들이 더 넓습니다. 사람이 건드리지 말아야 할 숲하고 들이 줄어들수록 어느 고장이든 매캐하고 싸늘하며 어수선합니다.


  시골에서라면 그저 숲이라는 품에 안기면 읽기를 누려요. 굳이 나무를 베고 다스려 종이를 얻은 다음에 글을 새겨야 하지 않습니다. 나무가 고스란히 책이고, 풀꽃과 바람과 하늘과 냇물이 모두 책입니다. 풀벌레하고 들짐승이 나란히 책이에요. 시골이 아닌 큰고장이기에 따로 종이꾸러미인 책을 곁에 둡니다. 풀밭을 밀어 까만길로 바꾼 터라 맨발로 풀내음을 못 맡는 곳에서는 책을 곁에 두면서 풀빛하고 나무빛을 헤아립니다. 흐르는 물줄기에 손을 담가 마실 수 없는 곳에서는 책이 된 나무를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나무줄기가 어떻게 하늘바라기를 하며 뻗는가 하고 느낍니다.


  책집은 큰고장에 숨통을 틔우는 숲집이지 싶습니다. 우리는 먹고 입고 마시는 길만으로는 사람답게 살아갈 수 없는 줄 느끼도록 이끄는 쉼터이지 싶습니다. 어른으로서 어른다이 살고, 어른이기에 아이한테 물려줄 사랑이 어린 살림길을 여미어서 들려주는 나무그늘이지 싶습니다.


  더 많이 갖출 책집이기보다는, 더 재미나거나 값진 책을 품을 책집이기보다는, 우리가 저마다 숲빛이 되어 사랑스레 깨어날 마음을 북돋우는 책을 차곡차곡 건사하는 샘터로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어린씨랑 푸른씨가 마음을 쉴 만한 자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책집지기도 책손도 함께 눈을 틔워 둘레를 푸르게 바라보도록 이끄는 오솔길이 되면 좋겠어요.


ㅅㄴㄹ


작은 책방은 ‘당신이 찾는 바로 그 책만 없는 곳’이라지만 이건 최악이 아닌가. 음성에서부터 첫차를 타고 와 마을로 들어오는 버스가 없으니 터미널에서 택시까지 타고 수소문 끝에, 심지어 다시 그 택시를 타고 나가기 위해 바깥에는 기사가 대기하고 있는 마당인데 찾는 그 책이 책방엔 지금 없다. (32쪽)


“이 책들은 어떤 기준으로 고른 거예요?” 그러면 이렇게 대답한다. “책방지기 맘대로요.” (74쪽)


청소년문학이란, 어쩌면 어른들이 ‘청소년은 이럴 것이다’ 혹은 ‘이래야 한다’는 전제 아래 그들의 욕망을 잘 짜맞추어 만들어낸 장르일 수도 있다. (98쪽)


만화책에도 얼마나 종류가 다양한데,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만화책들이 얼마나 많은데, 과연 그 책들은 아이들이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놓여 있는가? (100쪽)


어른들은 어린이책에서 재미와 즐거움보다는 다른 걸 좀더 원한다. 그래서 주위의 평에 많이 기댄다. 전문가 평에 기대고, 옆집 엄마의 추천에 기대고, 베스트셀러 순위에 기댄다. (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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