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안전하게 살아남기 - 안전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
강상구 지음 / 알마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숲노래 책읽기 2021.7.20.

인문책시렁 195


《대한민국에서 안전하게 살아남기》

 강상구

 알마

 2015.10.10.



  《대한민국에서 안전하게 살아남기》(강상구, 알마, 2015)를 읽는 내내 ‘안전’하고 ‘살아남기’란 두 낱말이 걸립니다. 이 책은 이 땅에서 살아가는 길을 ‘안전·살아남기’라는 눈으로 보면서 줄거리를 풀어냅니다. ‘안전·안전하지 않은’으로 하나를 가르고 ‘살아남기·살아남지 못하고 죽기’로 둘을 갈라요.


  그러고 보면 어릴 적부터 둘레 어른은 늘 ‘안전’을 외쳤습니다. 일본에서 들어온 “안전 제일”이란 말을 내붙이는 곳이 많았고, 다치거나 떨어지거나 아프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들 말해요. 푸른배움터에서는 “안전 지원”을 하라고들 말하지요. 안 떨어질 만한 곳에 넣으라고 합니다. 푸름이 스스로 꿈꾸는 길로 가도록 북돋우거나 이끌지 않아요. 그저 ‘안전’입니다.


  흔히들 ‘안전 = 걱정할 일이 없음’으로 바라보지만, 여태 이 나라에서 살아오며 느끼기로 ‘안전 = 생각하지 않겠음’이로구나 싶습니다. 우리말 ‘생각 = 새로 가는 길’입니다. 그러니까 ‘안전 = 생각하지 않는 길 = 새길이 아닌 낡은길에 맞추어 스스로 꿈을 버리고 사랑을 잊기’라고까지 할 만합니다.


  생각해야 합니다. 참말로 생각해야 합니다. 하고픈 일을 하다가 안 되면(실패) 어떡하지요? 다시 하면 되지요. 새로 하고 거듭 하면 돼요. 숱하게 하다가 안 되어 그만둘 수 있습니다만, 꿈길이기에 즐겁게 새로 부딪히고 또 부딪힙니다.


  이 나라에서 말하는 ‘안전’은 언제나 “생각을 스스로 안 하는 채, 남(권력자)이 말하는 대로 따르면서 먹이를 받아먹는 짐들뜰(동물원) 굴레살이”라고 할 만합니다.


  이른바 “안 다치려면(안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생각해야지요. 어떻게 나아가거나 할 적에 스스로 바라는 대로 이룰는지를 차근차근 짚기에 “안 다치면서 뜻을 이루는 길”을 엽니다. “안 다치기”만 바랄 적에는 외려 “안 다치기(안전)”하고 멀어지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아무 생각도 없이 남(권력자)이 시키는 대로 따르는 종살이(로봇)”로 치닫습니다. 그러니까 ‘안전’을 말하는 모든 목소리는 우리 스스로 굴레살이로 갇히도록 이끄는 눈속임이자 눈가림입니다.


  우리는 “안 다칠 길”이 아닌, 스스로 삶을 사랑하며 노래하고 즐기는 길을 갈 노릇입니다. 라면을 먹으니 죽을까요? 아니에요. “라면 = 나쁜밥”이란 생각을 머리에 집어넣기에 몸이 다칩니다. 우리 몸에 이바지하는 밥은 ‘빗물·샘물·바닷물’이 첫째요, 빗물·샘물·바닷물을 머금는 바람이 둘째이며, 빗물·샘물·바닷물하고 하나되어 노는 몸짓이 셋째이고, 빗물·샘물·바닷물로 자란 숨결이 막째입니다. 사랑으로 차려 즐겁게 나누는 라면 한 그릇은 사람을 살리지만, 아무 사랑이 없이 영양소만 따진 모든 밥은 우리를 굴레에 가둡니다.


  사랑이 아니라면 아이를 낳지 말라고 했습니다. 사랑이 아니라면 씨앗을 심지 말라고 했습니다. 사랑이 아니라면 말도 글도 펴지 말아야지요. 우리는 ‘살아남아’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노래하고 놀이하는 웃음빛으로 ‘살면’ 됩니다. 《대한민국에서 안전하게 살아남기》가 나쁜 책은 아니지 싶으나, 오직 머리로 쓴 책이고, 손발로는 쓰지 않은, 더구나 사랑이나 생각이나 마음이 없이 ‘이론에 갇힌 이론에 고여’ 쓴 책이로구나 싶어 안쓰럽습니다.


ㅅㄴㄹ


그러니까 결국 제가 병든 닭과 돼지, 아픈 소를 먹고 있다는 말씀이시죠? 그것도 항생제와 호르몬제와 찌든 고기들을요. 이제 제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34쪽)


지금 제도가 그래요. 그리고 어묵 같은 경우에는 워낙 이런저런 물고기를 섞어 만들기 때문에 원산지 표시가 의미가 없어요. (73쪽)


맞아요. 똑같은 과자를 먹어도 어떤 아이는 아토피가 심해지고 어떤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잖아요. (104쪽)


아이요? 오늘 아침에는 어젯밤에 가지고 놀던 장난감 좀 치우라고 했더니 대충 구석에 밀어놓더라고요. “짜증나”가 입에 붙었어요. 학교 가는 건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내내 툴툴거리더라고요. (162쪽)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듣고 보니 보통 일이 아니겠네요. 명절날 하루 종일 수십 명분 식사를 준비하고 나면 몸이 부서질 것처럼 아프거든요. (255쪽)


#비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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