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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나를 만나다 - 나와 함께, 나답게, 나를 위해
김건숙 지음 / 바이북스 / 2021년 6월
평점 :
숲노래 책읽기 2021.7.8.
인문책시렁 192
《비로소 나를 만나다》
김건숙
바이북스
2021.6.20.
《비로소 나를 만나다》(김건숙, 바이북스, 2021)를 읽으며 지난 2017년을 떠올립니다. 그해에 글님을 처음 만났고, 처음 써내신 책도 손에 쥐었어요. 《책사랑꾼 이색 서점에서 무얼 보았니》하고 《책사랑꾼 그림책에서 무얼 보았니》에 이은 《비로소 나를 만나다》는 ‘책사랑꾼’이라는 이름은 살며시 내려놓고서 ‘그냥 나’는 무엇일까를 돌아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제껏 사이좋게 지낸 곁님하고 며칠 사이에 툭탁거린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밝히면서 앞으로 걸어갈 새길은 어떤 빛살이 되기를 바라는가를 적바림하는구나 싶어요.
툭탁거릴 수 있는 사이란, 새롭게 손을 잡을 수 있는 사이입니다. 툭탁질하고 비아냥이나 시샘이나 이죽거림은 확 다릅니다. 비아냥대는 사이라면, 시샘하는 사이라면, 이죽거리는 사이라면, 얼마나 끔찍하거나 고단할까요? 누가 우리를 비아냥대거나 시샘하거나 이죽거리기에 우리가 끔직하거나 고단하지 않습니다. 즐겁고 아름다울 삶길에 남을 비아냥대거나 시샘하거나 이죽거리는 그이가 끔찍하거나 고단하지요. 다시 말하자면, 곁님하고 툭탁거리는 며칠을 보내는 동안 “어제까지 걸어온 길은 나쁘지 않지만, 이대로 걸어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툭탁거림으로 불거졌구나 싶어요. 다만 아직 뚜렷이 보이지 않을 뿐이요, 어떻게 갈무리해야 아름다우면서 즐거울까를 어림하기 어려울 뿐입니다.
그런데 모든 수수께끼를 첫고개부터 풀어야 할까요? 다섯고개만에 풀어도 좋고 스무고개나 쉰고개를 넘어서 풀어도 좋습니다. 온(100)이나 즈믄(1000)이란 고개를 넘도록 못 풀어도 되지요.
우리는 서로 말을 나누고 생각을 섞으면서 새롭게 살아가고 싶기에 때로는 툭탁거리고, 때로는 노래하고, 때로는 수다를 떨고, 때로는 토라지고, 때로는 창피하고, 때로는 포근포근 지낸다고 느껴요.
밥을 짓든 나들이를 떠나든 책을 읽든 아기를 돌보든 낮잠을 자든 모기에 물리든 맨발로 풀밭을 걷든 개구리랑 속삭이든 잠자리처럼 하늘을 날든, 스스로 마음을 활짝 열고서 일어서면 넉넉하다고 봅니다. 이때에 참나를 만나겠지요. 문득 홀가분한 그때에 참된 나를 만나면서 비 그친 하늘이 새파랗게 눈부신 빛깔을 알아보기 마련입니다.
ㅅㄴㄹ
그러니까 오십오 살이라는 나이에 여행 가방을 싸서 홀로 제주로 향하는 내가 대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편과 갈 때에는 몸만 잘 챙겨 가면 되지만, 혼자 떠나는 길이었으므로 신경을 바짝 세워야 했다. (16쪽)
가장 힘든 것은 ‘나와 함께’였다. 즉 혼자서 어디론가 떠나는 것에 용기도 없었고, 떠날 생각조차 못할 정도로 현실이 분주했다. (27쪽)
그동안은 내가 남편한테 많은 거을 받았으니, 이제는 내가 반대로 남편을 챙겨 줘야 할 때가 된 것도 같았다. (55쪽)
〈쑥대머리〉를 배우고 나면 원하는 게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산을 하나 넘고 나니 또 다른 산을 넘고 싶었다. 그래서 〈춘향가〉를 배우기 시작했고, 한 바탕(한 권)을 다 끝내고 두 번째 익히고 있는 중에 있다. (119쪽)
호박은 뚝, 뚝뚝, 양파는 쓱쓱쓱 했다. 재료들의 성질에 따라 도마 위에서 나는 소리가 이렇게 다르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차렸다. (1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