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사전짓기)
나는 말꽃이다 33 배움터는 말을 안 가르친다
안타깝다면 안타깝지만, 마땅하다면 마땅하게도, 배움터는 말을 안 가르칩니다. 배움터는 ‘마침종이(졸업장)’를 주는 곳입니다. 배움터를 차곡차곡 다녀서 마침종이를 쌓아야 비로소 일터에 들어갈 길을 엽니다. 열린배움터(대학교)를 안 마친 채 일터에 들어가기는 매우 어려운 오늘날입니다. 푸른배움터(중·고등학교)를 안 마쳤다면 일터에 아예 못 들어갈 테고, 어린배움터를 안 마쳤으면 어디에도 못 들어가겠지요. 그런데 배움터를 안 다녔어도 손수 삶을 짓고 살림을 가꾸며 사랑을 펴는 길을 간다면, 어떤 말이든 거리낌없고 스스럼없이 할 뿐 아니라, 남을 흉내내지 않아요. 이와 달리 배움터를 오래 다니면 다닐수록 스스로 삶을 짓는 길하고 동떨어지고, 남들이 쓰는 말씨를 고스란히 흉내내는 말살림이 됩니다. 배움터에서는 배움책(교과서)에 맞추어 가르칩니다. 배움책에 안 나오거나 없는 줄거리는 안 가르치거나 못 가르쳐요. 배움터마다 여러 갈래(과목)가 있지만, 밥짓기나 빨래하기나 아기돌보기나 나무패기나 불때기나 집짓기는 없어요. ‘말’이 아닌 ‘국어·언어’에 가두는 배움터인 터라, 배움터를 다닐수록 낱말책하고 외려 멀어지기까지 합니다. 배움책 아닌 낱말책을 읽다가는 셈값(점수)을 못 받는다고 걱정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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