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23 말씨앗



  우리가 마시는 싱그러운 바람은 사람 손길이 안 닿은 숲에서 비롯합니다. 풀꽃나무가 스스로 씨앗을 틔우고 잎을 내놓으면서 피고 지고 자라고 스러지는 숲이기에 온누리를 푸르게 가꾸는 밑바탕이 됩니다. 나쁜벌레를 잡아야 하지 않습니다. 풀죽임물을 뿌리거나 비닐을 쳐야 하지 않습니다. 가지치기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숲은 늘 스스로 아름드리가 되어요. 이때 사람은 무엇을 하면 될까요? 숲을 그저 누리면 되어요. 억지로 손대려 하지 말고 꾸밈없이 맞이하고 스스럼없이 바라보면서 홀가분하게 노래하면 넉넉합니다. 돌림앓이가 퍼지는 동안 나라에서는 자꾸 두려운 씨앗을 심으려 합니다. 오늘은 몇 사람이 걸리고 죽었다고 밝히지요. 그런데 고뿔(감기)에 날마다 몇 사람이 걸려서 죽었는가를 여태 밝힌 적이 없고, 미리놓기(예방주사)를 맞고 다치거나 죽은 사람도 안 밝혀요. 넘어지거나 앓거나 아프기에 죽지 않아요. 며칠 몇 달 몇 해이든 옴팡 앓고서 말끔히 턴 다음 튼튼히 일어나면 됩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우리 어버이는 “얘들아, 아프거나 돌림앓이에 걸렸으면 푹 쉬고 나아서 더 튼튼하게 놀면 돼” 하는 마음으로 지낼 노릇이에요. 오늘날 돌림앓이판은 ‘못 쉬고 못 노는 어른’들한테 쉴틈을 주는 셈 아닐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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