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야샤 33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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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6.13.

내가 바라보는 곳은


《이누야샤 33》

 타카하시 루미코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4.10.25.



  《이누야샤 33》(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4)은 앞선 서른두걸음과 매한가지로 늘 갈림길에 서는 아이들을 다룹니다. 모두 다르게 갈림길에 서지요. 저쪽에 서면 근심걱정 없이 노닥거릴 만합니다. 저쪽에 있으면 힘도 이름도 돈도 푸지게 누릴 만합니다. 저쪽으로 가면 둘레에서 나를 우러러볼 만합니다. 그렇지만 망설이다가 이쪽에 섭니다.


  갖은 달콤발림으로 꾀어도 저쪽에 있지 않고 이쪽에 있으려 합니다. 굳이 달콤발림이 아니어도 이쪽으로 안 가고 저쪽으로 넘어갑니다. 저쪽으로 가기에 나쁘거나 얄궂지 않아요. 그저 마음이 다르기 때문이요, 이 다른 마음에 따라서 다른 삶을 맛보려 하기 때문입니다.


  두억시니(요괴)한테 여리디여린 몸뚱이를 팔고서 주먹힘을 거머쥔 이는 무엇을 꿈꿀까요? 가볍게 다른 두억시니를 주무르거나 억누르거나 죽이거나 속이는 삶길이라면, 다른 두억시니도 저를 주무르거나 억누르거나 죽이려 할 텐데, 이런 길이 가시밭 아닌 기쁨이나 보람이라고 여기는 하루일까요?


  그림꽃 《이누야샤》에 나오는 ‘이누야샤’는 “섞인 몸”입니다. 사람하고 깨비(또는 두억시니)가 섞입니다. 이누야샤는 오롯이 어느 한쪽은 아닙니다. 깨비 쪽도 두억시니 쪽도 아니에요. 사람하고 깨비(또는 두억시니)하고 섞였을 뿐 아니라, ‘깨비가 될 수도 두억시니가 될 수도’ 있는 갈림길입니다. 그렇지만 섞인 몸이기에 두 갈래를 모두 바라보고 품으면서 살아가고 싶은 사랑을 그립니다.


  이누야샤 곁에 있는 ‘카고메’는 “섞인 마음”입니다. 오늘(1990년대)하고 어제(1500년대) 사이를 오가는 섞인 마음이지요. 이러면서 ‘키쿄우’를 바라보는 엇갈린 두 마음이 있어요. 그러나 섞인 마음이자 눈빛이자 걸음이 되기 때문에, 오늘하고 어제를 잇는 길을 생각하고, 여러 사람(에다가 깨비랑 두억시니까지) 사이에 엇갈리는 마음을 모으는 길을 헤아릴 수 있어요. 이 모두가 크게 하나이자 다 다르게 빛나는 별이 되기를 꿈꾸는 사랑을 품습니다. 이리하여 카고메는 아주 수수하다 싶은 화살을 날려서 모든 티끌이며 앙금을 지우는 빛줄기를 퍼뜨립니다.


  무엇을 바라볼까요? 눈앞에 있는 떡인가요? 눈앞에 있는 떡에 숨긴 노림짓이나 속임짓을 바라보나요? 눈앞이 아닌 둘레를 온통 감싸는 기운을 바라보나요? 스스로 넋을 바라보고, 우리 곁에 있는 숱한 숨결에 흐르는 빛살을 바라보나요?


  옆에 있기에 동무나 이웃이 아닙니다. 마음으로 바라보기에 동무나 이웃입니다. 함께 일하거나 뛰기에 동무나 이웃이 아니에요. 마음으로 다가서고, 이 마음에 사랑이라는 씨앗을 곱게 심으려는 상냥하고 어진 눈빛이기에 비로소 동무나 이웃입니다.


  이누야샤는 차츰차츰 칼심을 북돋웁니다. 어마어마하게 갈고닦기 때문에 북돋우는 칼심이 아니에요. 오직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 하는 실마리를 스스로 문득 깨달으면서 북돋아요. 이누야샤네 형인 셋쇼마루는 마음을 다스릴 줄 알기에 곧바로 새힘을 얻는데, 다스리는 날카로운 눈빛은 있되, 이 눈빛을 포근히 감싸는 숨빛까지는 없는 갈림길입니다. 그렇기에 이누야샤하고 카고메 무리를 멀찌감치 바라보기도 하고, 때로는 깊숙하게 들어와서 몇 마디를 톡 내뱉아요.


  구슬을 모으기에 빛힘이든 어둠힘이든 깨어납니다. 구슬을 모으는 동안 스스로 빛이나 어둠이 됩니다. 구슬을 바라보는 사이에 빛나는 눈이나 어두운 눈이 되고, 구슬을 다스릴 줄 아는 손길이 되는 날까지 저마다 다르게 삶을 맛보고 치르고 맞아들이고 배우는 하루가 되어요.


ㅅㄴㄹ


“나는 보석을 다스리는 요괴인지라, 돌의 목소리를 듣는 힘이 있지. 내가 아직 이승에 있을 적, 수명이 막 다하려 할 때, 사혼의 조각이 내 손에 들어왔다. 조각은 말했지. 사혼의 구슬이 다시 완성되어서는 안된다고. 사혼의 조각 대부분이 사악한 자의 손에 넘어가 더럽혀졌다.” (11쪽)


“나라쿠라는 자의 결계를 깨기 위해서는, 나를 베어야 한다.” “내가 베면, 너는 어떻게 되는데?” “흥, 네가 주제넘게 남 걱정이나 하고 있을 때냐? 게다가, 만약 네가 조각을 가질 자격이 없는 자라면, 나를 벨 수 없으리라. 베는 것은 고사하고, 도리어 이 자리에서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101∼102쪽)


“네 칼을 강하게 만드는 것보다 동료의 목숨이 중하다는 말이냐? 그건 네가 반요이기 때문이냐? 반요 주제에 내 힘을 얻어 봤자 쓸 수나 있을런지.” “쳇. 그렇담 일없어! 네가 얼마나 대단한 요괴인지는 몰라도!” (117쪽)


“끝나지 않아. 사혼의 구슬이 아주 없어지지 않는 한은. 어떻게 하면 사혼의 구슬을 이 세상에서 없애버릴 수 있는지는 몰라. 하지만, 나라쿠처럼 구슬을 노리는 놈과 싸울 수는 있어.” (141쪽)


“그러니까 나는 나라쿠가 죽을 때까지, 구슬을 노리는 놈들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싸울 거야.” “후후, 조각을 지키는 것도 도망치는 것도 아닌, 싸움을 택할 테냐?” (142쪽)


“나라쿠가 겁나냐, 싯포? 그럼 미로쿠와 산고를 따라갔으면 됐잖아.” “그럴 수는 없어! 이누야샤와 키쿄우가 만나서 요상한 분위기를 연출할 때, 내가 없으면 누가 카고메를 위로하냐? 알았냐, 이 양다리 똥강아지!” (180쪽)


#犬夜叉 #高橋留美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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