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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레인보우 2
송채성 지음 / 시공사(만화)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5.29.
울타리가 벅차지만
《Mr. Rainbow 2》
송채성
시공사
2004.2.25.
《Mr. Rainbow 2》(송채성, 시공사, 2004)가 2000년대 첫무렵이 아닌 2020년에 나왔다면 사뭇 다르게 사랑받았겠거니 싶습니다. 이 그림꽃책이 처음 나오던 무렵을 떠올리면 손사래치거나 꺼린 사람이 수두룩했고, ‘참 먹고살기 좋아졌나 보구나’ 하는 소리까지 나왔습니다.
몸을 부비는 손길이 아닌 사랑을 바라는 손길일 뿐인데, 왜 ‘먹고살기 좋아졌다’고 말할까요? 먹고살기 안 좋을 적에는 사랑이 없어도 어떻게든 살아남는 길이 가장 대수롭다는 뜻일까요. 총칼나라(군사독재·일제강점기)에서는 모든 사랑은 집어치우고서 그저 살아남는 길만 생각해야 한다는 뜻인가요.
총칼을 앞세우는 이가 불거지는 자리를 제대로 돌아봐야지 싶습니다. 총칼에 짓밟히거나 총칼을 휘두르는 사람을 곰곰이 바라봐야지 싶습니다. 사랑이 없기에 총칼을 쥡니다. 사랑을 모르거나 등지기에 총칼로 윽박지릅니다. 서로 사랑이라면 총칼뿐 아니라 돈이 아니어도 만납니다. 서로 사랑이라면 겉모습이나 몸매를 안 따집니다. 서로 사랑이라면 언제나 마음으로 마주하면서 보금자리를 즐거우며 따사롭고 아름다이 가꾸는 길로 나아갑니다.
가만히 본다면 2000년 언저리는 이 땅에 사랑이 사랑스럽게 깃들기 어려운 때였다는 소리요, 오늘날이라고 썩 나아지지는 않았다고 느낍니다. 다만, 돈도 이름도 힘도 몸매도 겉치레도 종잇조각(자격증·졸업장)도 아닌, 오직 맑고 밝게 사랑으로 씨앗을 심는 분이 꾸준히 있기에 이 삶터 곳곳에 사랑 이야기가 퍼질 만하다고 생각해요.
사랑은 나라에서 북돋우지 않습니다. 사랑은 마을지기나 고을지기가 북돋우지 않습니다. 사랑은 벼슬아치나 먹물붙이나 글쟁이가 북돋우지 않아요. 오직 따사로운 눈빛으로 마주하면서 포근한 숨결로 아기를 낳아 돌볼 줄 아는 수수한 살림자리 사랑꽃이 피어나기에 사랑을 북돋웁니다. 배움터에서 가르치지 않는 사랑이요, 벼슬자리에서 알려줄 수 없는 사랑입니다. 책으로는 모르는 사랑이요, 언제나 맨몸으로 숲을 품는 손길에서 자라나는 사랑입니다.
무지개돌이(미스터 레인보우)는 사랑을 속삭이고 싶습니다. 그저 사랑이기를 바랍니다. 눈에 비치는 모습이 아닌, 마음으로 스미는 눈빛으로 사랑을 만나고 싶습니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일찌감치 지핀 송채성 님 붓끝을 새삼스레 되새깁니다.
ㅅㄴㄹ
“애들만 넘어지란 법 있나요? 자, 어서 일어나세요.” (63쪽)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애한테 사랑고백을 받은 거야?” “어머, 그 애 취향도 이상하네.” “난 생각지도 못했어. 내 행동이나 말들이 민영이에게 그런 식으로 다가갈 줄은.” “당연한 거 아냐? 그 애에게 있어선 넌 그냥 보통의 남자일 뿐인데.” (88쪽)
“내가 널 좋아하는 게 그렇게 잘못하는 거니? 이렇게 비참해져야 할 정도로. 나, 가슴이 너무나 아파. 그래도 난, 너만은 다른 남자들하곤 틀릴 줄 알았는데. 그만 내려 줘. 나 혼자 가도 괜찮으니까.” “난 달라! 난, 다른 남자들하곤 틀리단 말야. 난 …….” (96∼97쪽)
“자, 난 이렇게 다른 남자들하곤 틀려. 그래서 그동안 나, 네게 바보같이 상처도 주곤 했지만, 이제부터라도 할 수만 있다면 다시금 너의 좋은 친구가 되고 싶어 …… 같이 부르지 않을래?” “미안. 술이 좀 과했나 봐.” (100∼101쪽)
“남자라면 그래야죠. 소중한 걸 지킬 수 있으려면.” “어머머, 얜 웃기지도 않아. 요즘 같은 시대에 그런 게 어딨어? 소중한 건 자기 자신이 지키면 되지.” (157쪽)
“아까 물었던 거, 우리 어떻게 될지. 잘은 모르지만, 이거 하난 확실해. 앞으로는 더 멋진 날들일 거란 거.” (22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