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1.5.24.

오늘말. 사근사근


제가 태어난 고장은 한자말 이름으로 ‘인천’입니다. 어릴 적부터 둘레에서 ‘어진내’로 풀어서 쓰는 이름을 늘 들었어요. 아직 한자를 익히기 앞선 꼬마였어도 ‘어진내 = 인천’인 줄 알았고, 고장이름이 “어진 냇물”이라니 참 포근하구나 싶더군요. 다만 멀고먼 옛날에는 인천이란 고장살림이 곰살맞고 하늘같았을 텐데, 서울 곁에서 갖은 뚝딱터(공장)가 늘어서다 보니 “어진 냇물”이 아닌 “시커멓고 매캐한 냇물에 바다”만 보고 자랐습니다. 아무리 시커먼 냇물에 둘러싸여도 스스로 참되기를 바라는 이름일까요. 아무리 매캐한 바다로 바뀌더라도 스스로 사근사근 노래하는 따스한 마음을 품으라는 이름일까요. 조금만 똑똑하면 서울로 보내라는 말을 으레 들은 나머지 “서울 때문”이나 “서울 탓”을 노상 들으며 컸는데요, 어느 고장이든 오래살림이 되어 서로 내림멋을 주거니받거니 하려면 그야말로 너그럽고 어질어야지 싶어요. 오직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하나하나 만나서 참된 씨앗을 묻어야지 싶습니다. 우리는 어느 고장에서 살든 겨레살림이에요. 낱낱으로는 떨어져 살아도 푸른별이란 터전으로는 어깨동무하는 삶빛입니다. 


ㅅㄴㄹ


어질다·곰살맞다·너그럽다·넉넉하다·따뜻하다·따스하다·따사롭다·포근하다·푸근하다·좋다·참하다·참되다·사랑스럽다·하늘같다·살갑다·사근사근하다·서글서글하다 ← 인자(仁慈)


낱낱·하나하나·조각·까닭·때문·탓·씨앗·바탕 ← 인자(因子)


겨레멋·겨레살림·내림·내림멋·내림맛·살림·살림길·살림꽃·살림멋·살림빛·삶·삶길·삶꽃·삶멋·삶빛·옛살림·옛삶·오래살림·오랜길·텃살림 ← 전통문화, 전래문화, 전승문화, 고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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