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라는 지도를 들고 - 소설 속의 인천
양진채 지음 / 강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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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5.19.

책으로 삶읽기 682


《인천이라는 지도를 들고》

 양진채

 강

 2021.1.30.



《인천이라는 지도를 들고》(양진채, 강, 2021)를 읽으며 인천이라는 고장이 어쩐지 미덥지 못하기만 하다. 소설이라는 글에 나온 인천을 놓고서 이야기를 엮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퀴퀴하거나 어둡다. 어른글(소설)뿐 아니라 어린글(동화)에서도 매한가지. 인천을 사랑스럽거나 즐겁거나 환하게 그리는 글을 거의 못 보았다.


인천이라는 마을이 썩 안 사랑스럽고 안 즐겁고 안 환하다면, 어른글이든 어린글이돈 이와 같으리라. 그러나 인천은 서울 바깥자리도 아니요, 인천에서도 이 마을이 저 마을 바깥자리가 아니다. 어디나 삶자리이다.


글쓴이는 아버지가 돈을 못 벌어 자꾸 ‘바깥(외곽)’으로 밀려갔다고 적는데, 삶자리에서 안도 복판도 바깥도 없다. 모두 삶자리일 뿐이다. ‘글이라는 눈’이 아닌 ‘삶이라는 눈’으로 바라보았다면, 굳이 인천을 소설에서만 찾아내지 않았을 테고, 소설에서도 사뭇 다른 길을 찾아내었을 테며, 알록달록 온갖 이야기를 길어올릴 만하다고 본다.


이제는 전남 고흥에서 살지만, 인천에서 나고 자란 몸이라서 인천을 다룬 책을 으레 들춰보며 살았는데, 여태 인천을 다룬 글 가운데 《민주 깡통을 아십니까?》처럼 인천을 사랑스럽고 즐겁고 환하게 잘 다룬 책은 못 보았다고 느낀다. 이 책은 인천을 높지도 낮지도 못나지도 잘나지도 않은 그저 삶자리라는 눈으로 바라본다.


글쓴이부터 “외곽에서 외곽으로 밀려났고(9쪽)”라 말하는 터라, “이상하게 서울에서 인천으로 갈 때 ‘내려간다’고 하고, 반대의 경우는 ‘올라간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113쪽)”는 대목이 왜 아리송한가를 스스로 모른다. 옥련동이 바깥자리인가? 용현동이 바깥자리인가? 나는 아마 서른예닐곱 살까지 삯집에서 살았을 텐데, 시골로 터전을 옮기며 비로소 빈집을 1000만 원에 사들여서 집임자가 되었는데, 삯을 주고 깃들기에 어둡거나 꾀죄죄하거나 가라앉거나 못생긴 삶이었다고 느낀 적은 하루조차 없다.


이웃이 있다. 동무가 있다. 내가 있고 네가 있다. 인천사람이 서울만 보고서 ‘내려가다·올라가다’를 쓰지 않는다. 인천사람은 수원사람한테도 ‘내려가다’라 말하는걸? 인천사람은 안산사람한테도 ‘내려가다’라고 말하는데? 고흥 같은 시골뿐 아니라 전남 광주조차도 인천사람은 ‘내려가다’라 말한다. 아는가? 광주에서도 고흥이나 강진이나 장흥이나 담양 같은 시골로 ‘내려가다’라 말한다. 부산도 대구도 대전도 똑같다.


길그림(지도)도 길바늘(나침반)도 삶이라는 자리에 두어야 비로소 삶을 읽는 눈이 된다. 삶이 아닌 위아래나 높낮이로 보는 눈빛이라면, 소설이든 동화이든 시이든 어디에서든 높낮질과 툭탁질과 막질이 춤추는 이야기에서 맴돌다 끝난다.


ㅅㄴㄹ


몇 년 동안 이어진 아버지의 실직으로 주안 신기촌에서 용현동으로, 다시 옥련동으로 집 평수를 줄여가며 외곽에서 외곽으로 밀려났고,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처지가 됐다. (9쪽)


동네 조그만 슈퍼들이 대형마트에 잠식되듯 2011년 송도유원지는 그렇게 사라졌다. 50년의 명맥이었다. (92쪽)


인천 사람들 중에 이상하게 서울에서 인천으로 갈 때 ‘내려간다’고 하고, 반대의 경우는 ‘올라간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113쪽)


삶이 척박하다 보니 교육이니, 문화이니 하는 말들은 다 배부른 소리였다. 그러나 그런 고달픈 삶 속에서도 인정이 있고 사랑이 있었다. (1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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