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28 말하고 글 사이



  말은 소리요, 글은 그림입니다. 마음에 놓은 생각이 이야기가 되어 터져나올 적에 소리로 나타내고, 이 소리를 눈으로 볼 수 있도록 그려서 글이에요. 글은 맨 나중이라 할 텐데, 거꾸로 이 글이 다시 ‘씨앗’으로 가기도 합니다. 돌고 도는 온누리이니까요. 이 얼개를 헤아린다면, 생각 없이는 이야기가 없으니, 생각 없이 줄거리를 억지로 짜맞춘다면 ‘빈말’이 되어요. 빈말로 붓을 쥐고 글씨를 놀린다면 ‘빈글’이 되겠지요. 흉내를 내거나 베끼거나 훔치는 모든 말글은 빈말이요 빈글입니다. 스스로 사랑이란 삶으로 꿈을 품는 마음으로 생각해서 펴는 이야기가 아닐 적에도 빈말이면서 빈글입니다. ‘삶말·삶글’이 되자면, 남을 쳐다보거나 눈치를 보면 안 됩니다. 스스로 ‘나’를 마주하면서, 스스로 ‘나’를 가꾸면서, 스스로 ‘나’를 지으면서, 이러한 ‘나’하고 ‘너’가 다른 몸이지만 같은 빛이라는 숨결인 줄 알아차릴 적에 삶말·삶글이 돼요. 나처럼 네가 아름답고, 너처럼 내가 사랑스러운 줄 깨닫는 자리에서 삶말·삶글이 피어나 삶꽃으로 흐드러집니다. 밑솜씨(스펙)를 억지로 꾸민다면 빛이 안 나겠지요. 빈껍데기예요. 낱말책은 껍데기 아닌 알맹이를 우리가 스스로 짓도록 북돋우려는 살림꾸러미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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