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 공주 13
히가시무라 아키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5.4.

값비싼 천조각을 두르지만


《해파리 공주 13》

 히가시무라 아키코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14.4.25.



  《해파리 공주 13》(히가시무라 아키코/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14)을 읽으면 사람·사랑하고 옷·겉모습·몸하고 마음·눈빛이 얽힌 이야기가 흐릅니다. 우리는 저마다 어떤 사람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어떤 사람한테서 사랑을 느낄까요? 비슷하거나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사랑스러울까요, 아니면 마음을 확 열면서 눈길을 틔우는 사람이 사랑스러울까요? 우리가 입은 옷이란 무엇이고, 겉모습하고 몸은 어떻게 얽힐까요? 천조각이라는 옷이 있다면 몸이라는 옷이 있을 텐데, 두 가지 옷은 어떤 마음빛이나 넋을 감싸는 노릇을 할까요?


  마음이 빛나는 사람은 어떤 천조각을 둘러도 빛납니다. 마음이 안 빛나는 사람은 어떤 천조각을 둘러도 안 빛나요. 아름다운 넋이라면 얼굴이나 몸매가 어떻더라도 아름다워요. 안 아름다운 넋이라면 얼굴이나 몸매가 어떻더라도 안 아름답습니다.


  값비싼 옷을 두른다고 해서 값비싼 사람이 되지 않고, 값비싼 사랑이 되지 않아요. 돋보이거나 늘씬한 몸매라 해서 돋보이거나 늘씬한 사랑이 되지 않습니다. 키가 작으면 작은 사랑일까요? 아니지요. 키가 크면 큰 사랑인가요? 아니에요. 돈이 많으면 넉넉한 사랑일까요? 아닙니다. 돈이 없으면 사랑이 없나요? 도무지 아닙니다.


  옷을 짓는 사람이 있습니다. 새옷을 지을 틀을 짜는 사람이 있습니다. 옷을 장만해서 입는 사람이 있고, 옷값으로 얼마든지 치르는 사람이 있으며, 0이 몇이나 붙느냐에 따라 손을 벌벌 떠는 사람이 있어요. 우리가 몸에 두르는 천조각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천조각에 얼마나 돈을 들여야 스스로 흐뭇하거나 즐거울까요? 스스로 몸에 칼을 대어 뜯어고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는 몸뚱이를 어떻게 바꾸거나 고치거나 뜯어고쳐야 ‘다른 사람한테 예쁘게 보이거나 멋지게 보인다’고 생각하나요?


  사랑은 돈에서 오지 않고, 이름값이나 얼굴에서 오지 않습니다. 사랑은 옷에서 오지 않고, 으리으리한 집이나 뭘 대단하게 바치는 데에서 오지 않습니다. 사랑은 오직 사랑으로 옵니다. 사랑은 오로지 사랑으로 샘솟습니다. 이 얼거리를 읽기에 스스로 사람다운 사람으로 서요. 이 얼거리를 안 읽기에 스스로 사람빛을 잃어요. 그림꽃책 《해파리 공주》는 어릴 적부터 해파리를 유난히 좋아하던 아이가 ‘해파리’ 숨빛을 옷에 담는 꿈을 그리면서 줄거리를 엮어 나갑니다. 누구한테는 해파리가 놀랍고 아름다우면서 빛나는 숨결이라면, 누구한테는 해파리가 징그럽거나 싫습니다.


  해파리를 어떤 눈으로 보는가요? 해파리는 사람한테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해파리는 어떤 몸을 입은 숨결일까요? 해파리는 사람한테 어떻게 말을 하고 마음을 나눌까요? 마음눈을 뜨지 않을 적에는 모든 천조각이 부질없고 모든 겉모습이 덧없습니다. 마음눈을 뜨기에 어떤 천조각이든 빛나며 우리 얼굴에 웃음꽃이 핍니다.


ㅅㄴㄹ


‘세상에 온통 빌딩뿐이야. 도쿄는 위에서 보면 이렇게 생겼구나.’ (31쪽)


“좋아! 내가 형한테 전화해서 물어보겠어! 사랑에 대해! 형이 아직도 널 사랑하는지 어떤지! 그래 기다려, 츠키미!” (49쪽)


“너풀거리는 드레스를 입고 가난뱅이에게 꿈을 보여주는 게 당신들 일이야.” (85쪽)


‘옷 장사는 비싼 옷을 파는 게 돈이 될 줄 알았는데, 설마 싼 옷이 수입이 더 좋을 줄이야.’ (99쪽)


‘사람은 입는 옷 하나로 전혀 딴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어요.’ (105쪽)


‘그것만으로도 아마 내가 많이 변한 것이겠지만, 어라 혹시, 혹시 이런 옷을 사는 멋쟁이들은 그런 꿈같은 순간을 위해 돈을 지불하는 걸까.’ (109쪽)


“제발 좀 알아봐라. 어떤 모습을 하든, 가발을 쓰든 복면 마스크를 쓰든 형이 반한 여자잖아?” (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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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村アキコ #海月姬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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