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태산 평전 - 솥에서 난 성자
김형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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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5.2.

인문책시렁 177


《소태산 평전》

 김형수

 문학동네

 2016.6.1.



  《소태산 평전》(김형수, 문학동네, 2016)을 익산에 있는 마을책집을 나들이하면서 장만했고, 찬찬히 읽다가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러고서 한참 덮다가 다시 펼쳤는데, ‘평전이라는 책을 이렇게 써야 하나’ 싶어 아리송했고, ‘평전’ 이름이 붙은 책을 왜 읽기 꺼려했는지 새삼스레 떠오릅니다.


  소태산이라고 하는 이름인 분을 책·글·누리집(위키백과)을 바탕으로 둘레 여러 사람한테서 들은 말을 바탕으로 글(평전)을 짜면 이렇게 되는구나 싶어요. 아니, 소태산이라는 분이 아닌 다른 사람을 놓고도 ‘평전’을 쓴다면 이런 얼개가 될 테지요.


  누구 이야기이든 그이가 스스로 남긴 글이 아니면 모두 ‘남이 바라보면서 쓰는 글’입니다. 어느 누가 쓰든 자취글(평전)입니다. 높여야 할 글도 낮춰야 할 글도 아닙니다만, 자취글을 쓸 적에는 ‘높여야 할 만한 훌륭한 길을 걸은 사람’ 이야기를 쓰기 마련이니, 글쓴이는 으레 이 대목에서 걸려 ‘차분하게(객관적) 쓰겠다(표현)’며 머리를 싸매지요. 이러면서 자꾸 추임새를 곁들이는데, 《소태산 평전》은 내내 추임새에 휩쓸리다가 정작 ‘소태산이라는 이름으로 익산이라는 고장에서 새빛을 열려고 한 발자국’을 들려주는 책 구실하고는 한참 동떨어진 곳까지 나아갔구나 싶어요.


  이럴 때에는 차라리 ‘평전 아닌 소설’을 쓰면 좋겠습니다. 국도 찌개도 아닌, 그냥 맹물을 마시는 길이 훨씬 나을 테니까요.


ㅅㄴㄹ


인간에게는 저마다 타고난 심판의 본능이 숨어 있다. 주모는 처화의 어느 구석에서 성자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을까? 그무렵 인접 주민들 중에는 성자에 대한 악담을 지어내는 예도 없지 않았다. (25쪽)


소태산이 태어난 해를 딱히 특별한 때였다고 말할 사람은 없다. 위키백과도 거리낌없이 단정짓는다. ‘1891년은 목요일로 시작하는 평년이다.’ (85쪽)


어린 날의 박진섭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았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이웃들은 박진섭이 서당에 다녔지만 공부를 잘했던 게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천자문도 못 외우던 축에 끼어 주목할 것이라곤 없는 아이 같은 인상을 얻게 되었다. 당대 교육의 한계였다. (108쪽)


한번 돈 버는 요령을 터득한 사람이 그것을 버리고 다시 가난한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을 난 본 적이 없다. 그런 엄청난 풍경은 동서고금의 성자들에게서도 보기 힘든 일이다. (177쪽)


익산은 정신사적 내력이 심오한 땅이었다. 잡풀이 우거지고 황량한 빈터만 남아 있지만, 저 옛날 최고의 예술가와 과학자들이 모여 백제의 중흥을 이룰 대역사를 도모하던 곳이다. (3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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