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타카코 씨 5
신큐 치에 지음, 조아라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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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수수하게 사랑스레 싱그러이


《행복한 타카코 씨 5》

 신큐 치에

 조아라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20.11.15.



  《행복한 타카코 씨 5》(신큐 치에/조아라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20)을 읽었습니다. 일본에서는 “타카코 씨”라는 수수하게 붙인 이름으로 나오는 그림꽃책인데, 우리말로 옮길 적에 굳이 ‘행복한’을 앞에 붙였더군요. 가만 보면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적잖은 책은 ‘행복한’ 같은 꾸밈말을 으레 붙입니다. 왜 붙여야 할까요? 그만큼 우리 스스로 삶이 안 즐겁고 안 기쁘고 안 반가운 나머지, 이름에 따로 붙여야 조금이나마 즐겁거나 기쁘거나 반가울 만할까요.


  타카코 씨는 수수하게 하루를 누립니다. 곁사내(남자친구)를 사귈 뜻이 없다시피 하고(또는 아예 없고), 짝을 맺어 아이를 낳아 돌볼 마음이 거의 없고(또는 아예 없고), 목돈을 모아 집을 살 생각이 없구나 싶고(또는 아예 없고), 자가용을 장만할 마음조차 없어요.


  생각해 봐요. 우리는 겉모습을 꾸며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는 말씨를 이쁘장하게 꾸며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남한테 잘 보여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오직 우리 스스로 사랑스럽게 하루를 맞이하고 사랑스레 하루를 마감하면 넉넉합니다. 겉모습이 아닌 속마음을 오롯이 사랑으로 가꾸면 돼요. 어떤 옷을 두르든 스스로 가장 마음에 드는 대로 차리면 즐거워요.


  뽐내야 할 삶이 아닌 즐기면 될 삶입니다. 자랑할 일이 아닌 즐기면 될 일입니다. 내세울 이름이 아닌 즐기며 노래하고 웃고 춤추고 꿈꾸면 아름다운 우리 모습이에요.


  수수하게 살아가는 타카코 씨는 어디에서나 귀를 기울입니다. 때로는 눈을 뜬 채 귀를 기울이고, 때로는 눈을 가만히 감고서 귀를 기울입니다. 소릿결에 묻어나는 이웃사람 살림결을 읽고, 소릿마디마다 넘실거리는 풀꽃나무랑 숲이랑 하늘이랑 비바람에 스미는 숨결을 읽습니다.


  스스로 노래하는 사람이 노래님입니다. 스스로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님입니다. 스스로 꿈꾸는 사람이 꿈님입니다. 스스로 웃는 사람이 웃음님입니다. 스스로 꽃이 되는 사람이 꽃님입니다. 남이 붙이는 이름이 아니에요. 늘 스스로 마음을 고이 바라보고 헤아리면서 즐기는 이름입니다.


  우리가 갈 길은 이쪽도 저쪽도 아닙니다. 왼쪽이 옳지 않고 오른쪽이 옳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삶길을 사랑으로 나아가면 되어요. 우리는 바른길이나 참길이나 사랑길이나 꿈길을 걸으면 됩니다. 자, 오늘 하루를 여는 새벽에 어떤 소리를 맞아들이나요? 오늘 마주하는 이웃이나 동무하고서 어떤 꿈이며 사랑을 속삭이나요? 한집을 이룬 살붙이하고 어떠한 목소리로 어떠한 살림꽃을 펴면서 노래하는가요? 모든 실마리는 늘 우리 눈빛에서 피어납니다.


ㅅㄴㄹ


‘좋은 경험 아닐까. 언제나 내가 보는 세상과 나 말고 남들이 보는 세상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니까.’ (9쪽)


‘들려오는 것은 기분 좋은 소리뿐. 소리에 맞춰 모두의 긴장이 풀려서 웃음꽃이 핀다.’ (28∼29쪽)


‘생각해 보면 밤에도 자동차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이 소리의 수만큼 일하는 사람이나 다친 사람이 있고, 도시의 빛의 수만큼 내가 자는 동안에도 활동하는 사람이 있다.’ (57쪽)


‘비오는 소리가 좋다. 규칙적인 듯해서 왠지 마음이 편해진다.’ (74∼75쪽)


‘얼굴을 떠올리면서 엽서를 쓰는 건 즐겁다. 목소리가 떠오른다.’ (107쪽)


‘현대의 신종 괴롭힘이 아주 많다. 형태가 달라졌을 뿐 옛날부터 아주 많았다. 사람은 좋지 않은 일을 반복하며 살아왔다. 모두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건 불가능한 걸까?’ (118쪽)


‘어느 때이든 모두가 사실은 좋은 세상을 만들어 그곳으로 가려고 하고 있어.’ (122쪽)



#ChieShinkyu #新久千映 #タカコさん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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