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4.14.
《철조망 조국》
이동순 글, 창작과비평사, 1991.9.20.
면사무소에서 ‘저소득층 물품지원’으로 흰쌀에 달걀에 여러 먹을거리를 가져다준다. 우리 집은 누런쌀에 보리에 수수에 귀리에 조를 먹는데 흰쌀을 받을 적에는 짐스럽다. 작은아이가 흰쌀을 들여다보더니 “흰쌀은 영양소가 깎인 모습이 다 보여!” 하고 말한다. 네가 말하는 영양소란 씨눈이지. 흰쌀은 노란 씨눈이며 겉살이며 다 깎아내니까. “옛날 임금님은 흰쌀만 먹어서 살결도 하얬을까?”“밥도 그렇지만 그들은 손수 빨래하지도 비질이나 설거지를 하지도, 아기를 돌보지도, 집을 짓거나 가꾸지도 않고 얌전히 앉아서 햇볕도 안 쬐면서 처박혀 살았어.” 여태 ‘줌 강의’를 미루었으나 다음 5월부터 ‘줌 강의’를 맡는다. 어찌저찌 알아보지만 풀그림을 셈틀에 못 깔고 애먹는다. ‘다들 한다’지만, 손전화로 얼굴 보며 얘기하기조차 안 하는 사람으로서 만만하지는 않다. 《철조망 조국》을 2021년에 새로 읽으니 참 묵은 글이로구나. 1991년에는 이렇게 써야 글꽃(문학)이라 여겼을 테고, 줄거리는 좀 바꾸었다지만 요즈음 큰틀도 비슷하다. ‘네 쪽 내 쪽’을 뚝 갈라 ‘이쪽은 다 짓밟히고 아프다’를 외치면서 어떤 아름길을 밝힐까. 지난날 이런 글꽃을 쓰던 이들은 어느새 까만 차를 굴리고 잿빛집에서 살며 거들먹댄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