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부나가의 셰프 22
카지카와 타쿠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1월
평점 :
숲노래 푸른책
오늘이 닿을 앞날을 본다
《노부나가의 셰프 22》
니시무라 미츠루 글
카지카와 타쿠로 그림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11.30.
《노부나가의 셰프 22》(니시무라 미츠루·카지카와 타쿠로/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까지 읽다가 생각에 잠깁니다. 앞으로도 더 나올 이 그림꽃책이 다루는 일본 옛사람은 ‘노부나가’만이 아닙니다. 책이름처럼 ‘노부나가’를 복판에 두는 듯하지만, 막상 ‘노부나가를 둘러싼 사람들’을 골고루 다뤄요.
이 그림꽃책은 ‘노부나가는 훌륭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노부나가를 뺀 다른 사람들은 안 훌륭하다’고도 밝히지 않습니다. 저마다 다른 눈길이었고, 생각이었고, 삶이었고, 마음이었는데, 오늘 이곳에서 꿈을 지피는 길하고 사랑을 그리는 마음이 어디에 있을까 하고 묻습니다.
어느 책을 읽든 늘 이 대목을 생각해야지 싶습니다. 오늘 이곳에 걸맞게 일을 하고 놀이를 찾고 두레를 하면 될 텐데, 오백 해나 즈믄 해가 지난 뒤에 오늘을 보면 어떠할는지, 우리가 오천 해쯤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면, 오늘 여기에서 하는 일이 얼마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울는지 살필 수 있을까요?
고작 ‘백 해쯤 살아가는 몸’이라는 생각에 매이면 앞날을 못 보기 일쑤입니다. ‘몸은 백 살을 살더라도 마음은 즈믄 살을 너끈히 살아간다’고 여길 줄 안다면, 아니 ‘몸도 마음도 즈믄 살뿐 아니라 십만 해를 살아간다’고 여길 수 있다면,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라도 바보스럽거나 엉성한 짓을 끊을 만하지 싶어요. 늘 오늘을 사는 몸이니 바로 오늘을 제대로 볼 노릇이지만, ‘오늘이란 어제랑 모레를 잇는 물길’이라는 대목을 놓치면 쳇바퀴에 빠지기 쉬워요.
그림꽃책 《노부나가의 셰프》는 ‘노부나가’ 곁에서 일하는 ‘부엌지기(셰프)’가 있습니다. 이 부엌지기는 2000년대 어느 날을 살다가 갑작스런 일 탓에 1500년대 어느 날로 건너뛰었다지요. 1500년대 사람들은 2000년대 사람인 부엌지기가 선보이는 맛에 그저 혀를 내두를 뿐인데, 2000년대 부엌지기가 2000년대 사람한테 똑같은 맛을 선보인다면 ‘혀를 내두르지는 않’겠지요.
오늘이 된 어제를 돌아봅니다. 오늘이 닿을 앞날을 그립니다. 오늘은 여기에 고인 하루가 아닙니다. 흘러가는 냇물 가운데 하나이자 온삶을 잇는 실마리요 수수께끼입니다. 어떻게 오늘을 살아가겠습니까? 오늘 맞이하는 삶을 어떻게 바라보겠습니까?
ㅅㄴㄹ
“지구(地球)를 본 적이 있나? 일본은 참으로 작은 섬나라다.” (61쪽)
“이 나라는 바다에 갇힌 작은 나라지만, 동시에 바다라는 문을 세계로 크게 열어젖힌 나라이기도 하다.” (63쪽)
“어째서 그대인지를 알고 싶었다. 하늘이 선택한 것이 어째서 나와 신겐이 아니라 그대였는지. 호쿠라쿠와 관동은 교토에서 너무 멀어서 이 나라 전체를 내다볼 수가 없다. 하물며 그 앞에 펼쳐진 나라들은 더욱 그렇지. 내게는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66쪽)
“그렇군.” “어? 저기, 그것뿐입니까?” “원래 이상한 녀석이란 생각은 했으니까. 귀신이나 그딴 부류만 아니라면 상관없다.” (75쪽)
“시시하군.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면 앞선 세상의 인간이든 지금 세상의 인간이든 다를 것이 없지 않느냐!” (78쪽)
“실패를 실패라고 잘라버리면,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태어나지 않지 않을까요?” (121쪽)
“부디 납거미를 건네주십시오, 마츠나가 님. 당신은 지금 모든 굴레를 버리고 새롭게 생을, 다시 태어나 새로운 세상을 볼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171쪽)
.
#信長のシェフ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