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4.13.


《맑은 하늘을 보면》

 정세훈, 창작과비평사, 1990.11.25.



담하고 붙은 옆집에서 새집을 짓는데, ‘샌드위치판넬’을 쓴다. 이 얄딱구리한 이름을 손질할까 하다가 그만둔다. 나라를 다스리건, 글이나 책을 쓰건, 뭔가 뜻있는 일을 하건, 집짓는 일을 하건, 하나같이 일본 말씨나 한자말에 길들어서 헤어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돌·나무·흙은 없는 집으로 바뀐다. 왜 나무로 기둥을 못 세울까? 왜 나무로 칸을 두르지 못할까? 흙에서 얻은 살림으로 집을 지은 다음, 이 집을 허물어야 할 적에 고스란히 흙한테 돌려줄 만하도록 짓기가 어려울까? 살림집다운 집 한 채를 짓는 길을 닦지 않는 사람들은 ‘KF-21’이란 싸움날개(전투기)를 우리 손으로 지었다면서 손뼉을 친다. 창피하다. 싸움날개를 때려지을 돈과 머리를 ‘푸르게 짓는 집살림’에 쏟으면 이 나라는 얼마나 깨끗하고 아름다울까?  《맑은 하늘을 보면》을 읽는다. 하늘이 맑자면 땅이 맑을 노릇이고, 땅이 맑자면 사람이 맑을 노릇이다. 어느 하나만 맑지 않다. 모두 나란히 맑을 적에 비로소 삶을 이룬다. 집이란 잠을 자는 곳도, 목돈장사를 하는 연모도 아니다. 집이란 아이를 낳아 사랑으로 돌볼 보금자리이지. 이 나라가 아이를 먼저 생각한다면 싸움날개 따위는 집이치우리라. 아이가 안 태어나는 이 나라는 참말 부끄럽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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