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우리말은 노래꽃 (2019.10.17.)

― 순천 〈책방 심다〉



  2019년 한글날을 앞두고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을 매듭지어서 선보였습니다. 새롭게 엮는 낱말책(사전)은 두께가 아닌 속살을 헤아립니다. 낱말을 더 많이 다루기보다는 ‘낱말을 다루는 손길·눈길·넋길’을 짚으려고 합니다. 낱말을 적게 알기에 생각을 못하거나 말을 못하지 않아요. 새롭게 지피려는 마음이 있기에 비로소 삶을 읽고 말을 펴며 이웃을 사귑니다. 낱말은 잔뜩 알더라도 새숨결이 아니라면 겉치레 글쓰기·말하기에 스스로 얽매입니다.


  순천 〈책방 심다〉에서 책수다를 엽니다. 숲노래는 노래꽃(동시)을 쓰고 사름벼리 씨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노래꽃그림도 책집 한켠에 놓았습니다. 〈심다〉 지기님은 숲노래 노래꽃을 읽고서 “동시로 말을 짚고 북돋아서 훨훨 꿈이랑 사랑을 키우는 책! 먼먼 옛날부터 흘러왔고, 오늘도 흐르며, 앞으로 흐를 새롭고 싱그러운 한국말을 바탕으로 만등 동시집!”이라고 책느낌을 적어 주었어요.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는 까닭은 수수합니다. 모든 말은 숲에서 비롯해요. 모든 집·밥·옷이 바로 숲에서 와요. 숲은 ‘자연’만 나타내지 않아요. 사람인 우리도 언제나 숲입니다. 스스로 숲이고 다같이 숲인 삶을 어린이랑 노래하는 말을 바탕으로 하나씩 살펴보려고 우리말꽃을 씁니다. 이런 일을 서울 아닌 시골에서 하는데, 서울하고 시골이 어깨동무하기를 바라기에 시골살림을 지으면서 우리말꽃을 쓰지요. 큰길도 작은길도 아닌 사랑길을 바랍니다. 성평등·페미니즘 같은 이름을 안 써도 좋으니 살림길을 가면 좋겠다고 여깁니다. 아이들하고 꿈꾸는 숲집을 저마다 다른 보금자리에서 저마다 새롭게 가꾸면 된다고 봅니다.


  우리가 두 발을 디딘 이곳은 서로 어떻게 이어지는 보금자리일까 하고 말을 징검다리 삼아서 헤아립니다. 마을을 가꾸거나 짓는 말은 마을 어린이하고 어른이 손을 맞잡는 곳에서 마을꽃처럼 피어납니다. 굳이 꾸미려 하기에 겹말이 불거집니다. 겉멋을 털지 않으니 겹말뿐 아니라 낡은말에 갇힙니다. 즐겁게 일하고 놀면서 노래하는 길을 가만히 생각한다면 일놀이랑 말글 모두 부드러우면서 아름다이 이룰 만합니다. 풀밭에 쪼그려앉거나 무릎을 꿇어 봐요. 비슷해 보여도 모두 다른 풀입니다. 똑같은 이름으로 가리켜도 다 다른 숨결이 흘러요. 비슷한말이란 뭘까요? ‘비슷하다 = 다르다’인 얼거리이지 싶습니다. 풀빛을 읽으면 말빛을 읽을 테고, 사람빛하고 사랑빛도 읽겠지요.


  우리말은 노래꽃입니다. 바르게 쓸 우리말이 아닌, 즐겁게 노래할 우리말입니다. 틀에 맞출 우리말이 아닌, 생각을 심고 마음을 가꾸는 빛줄기인 우리말입니다.


ㅅㄴㄹ


《나무의 마음에 귀 기울이다》(세이와 겐지/양지연 옮김, 목수책방, 2018.10.31.)

《U zine》(책방 심다, 2019) vol.0

《사랑해 아니요군》(노인경, 이봄, 2019.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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