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4.1.

숨은책 512


《황홀한 사람》

 아리요시 사와꼬 글

 백구령·김정숙 옮김

 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

 1984.6.



  열린배움터를 다니려고 인천하고 서울을 전철로 오가던 1994년 첫무렵까지 읽은 한글책은 모두 남녘에서 나왔습니다. 서울엔 헌책집이 참으로 많아요. 웬만한 골목이나 배움터 곁에는 으레 헌책집이 있기에 동무를 만나러 서울 곳곳을 다니면서 꼬박꼬박 책집마실부터 했습니다. 요새 나온 책부터 아스라이 먼 예전에 나온 책에다가 이웃나라 책을 두루 만나던 어느 날 ‘한글은 한글인데 낯선 말씨’가 가득한 책을 만납니다. 연변이나 흑룡강처럼 중국 한켠에서 한겨레마을(조선족자치주)을 이룬 곳에서 펴낸 책입니다. 《황홀한 사람》을 헌책집에서 만나며 새삼스러웠는데, 글님이 쓴 《소설 복합오염》을 읽었기 때문에 바로 알아보았어요. 책은 낯설지만 글님 이름은 낯익거든요. 《황홀한 사람》은 남녘에서 1996년에 살짝 나왔다가 사라진 적 있고, 2021년에 다시 태어납니다. 언뜻 보면 해묵은 이야기일 터이나, 곰곰이 보면 오늘날에도 새롭게 새길 만해요. 삶을, 나이를, 몸을, 손길을 말이지요. 1984년 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는 ‘구럭·먹새’ 같은 낱말을 쓰고, 2021년 남녘 펴낸곳은 ‘쇼핑백·식성’ 같은 낱말을 씁니다. 둘은 같은 줄거리이나 다른 말씨입니다. 남북녘이 어깨동무를 하자면 서로 다른 말씨부터 만나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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