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편지 창비시선 433
노향림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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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2021.3.30.

노래책시렁 178


《練習機를 띄우고》

 노향림

 연희

 1980.4.25.



  밥을 먹으려면 뭘 해야 할까요? 밥을 지어야 할 테지요. 밥짓는 일꾼을 두거나 밥집에 시켜야 할 테고요. 먹고 싶은 대로 씨앗을 심어서 가꾸고 거둘 수도 있어요. 밥을 먹는 길은 여럿인 만큼, 밥살림을 꾸리는 사람은 저마다 다른 오늘을 겪고 느끼고 생각하면서 하루를 짓습니다. 글을 쓰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을 써야겠지요. 입으로 읊는 말을 옮겨쓰는 심부름꾼을 두거나 길잡이가 될 스승을 곁에 둘 수 있어요. 잘 썼구나 싶은 글을 읽으면서 배울 수 있고, 어떤 글도 안 읽고서 스스로 지은 삶에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어요. 스스로 어떤 글을 바라는가에 따라 저마다 다르게 글살림을 가꾸기 마련입니다. 《練習機를 띄우고》는 1980년에 나왔고, 노래님은 1970년에 〈월간문학〉에 글을 내면서 시인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 거의 모두라 할 시인은 책에 글을 내거나 스승이 이끌어 주는 길을 걷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는 길이 틀림없이 있습니다. 이러한 글이 시집이란 이름으로 나오며 문학으로 읽힙니다. 다만 손수 짓는 살림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낱말을 엮으면서 반짝거리는 틀은 세울 만하지 싶으나, 사람들이 저마다 하루를 사랑으로 살아가는 살림꽃하고는 퍽 먼 나라 글잔치이지 싶습니다.


ㅅㄴㄹ


일부가 망가진 草幕이 잡풀 속에 들어 있다. // 그 속에도 바람이 부는지 / 근처의 나무들이 손을 / 허우적이고 있다. // 허우적이는 손 끝에 / 자꾸 어둠이 부스러지고 있다. (風景/69쪽)


육이오 사변이 끝났을 때 / 木浦市 竹橋洞 근처 // 석탄가루를 뒤집어 쓴 / 개망초 하나 / 밟혀서 혼이 나간 그가 // 살아 있다는 기적으로 / 끄슬린 얼굴 내밀고 웃었다. (記憶 1/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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