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푸르면서 파랗게 (2021.2.5.)

― 목포 〈지구별서점〉



  두 어린씨한테 “목포에 가 볼래?” 하고 묻습니다. 큰아이는 시큰둥하고 작은아이는 “갈래! 갈래!” 하고 뜁니다. “가면 그날 못 돌아오고 하룻밤 묵어. 버스를 여섯 시간쯤 타야 하고.” “음, 버스를 오래 타면 힘들지만, 밥을 안 먹고 물도 안 마시면 되지.” 요새는 시외버스나 기차에서 밥이나 주전부리를 못 먹게 합니다. 몰래 먹는 분이 꽤 있지만, 예전처럼 시끌벅적하게 먹는 사람은 확 줄어 냄새가 적고 바닥에 쓰레기가 덜 뒹굽니다. 고흥에서는 어디를 가도 멀기에 한두 나절은 가벼이 길에서 보내는데, 아이들은 이때에 아버지처럼 ‘아무것도 안 먹기가 가장 속이 좋은’ 줄 압니다.


  고흥읍으로 나가고, 광주로 간 다음, 광주 마을책집에 들러 숨을 돌리고서 목포로 갑니다. 목포 시내버스를 탈까 싶지만 작은아이를 헤아려 택시를 탑니다.


  길그림으로만 볼 적에는 몰랐는데 〈지구별서점〉은 목포 기차나루 코앞에 있더군요. 이다음에는 더 수월히 올 만하겠다고 생각합니다. 작은아이는 다리를 쉬면서 그림놀이를 합니다. 아버지는 골마루를 천천히 돌면서 푸른 이 별을 헤아리는 마음을 들려주는 책집을 누립니다.


  우리가 사는 이 별을 바깥에서 보면 푸르면서 파랗다지요. 뭍(들숲)은 푸르고, 물(바다)은 파랗다지요. 푸르면서 파란 기운이 어우러지기에 우리는 서로 아름답게 만나고 삶을 지으며 살림을 가꿀 만하리라 봅니다. 풀꽃나무를 맞아들여 푸르게 노래합니다. 바람·하늘·바다를 하나로 받아들여 파랗게 빛나는 숨결이 됩니다. 왼손에는 풀씨를 놓고, 오른손에는 바람을 둡니다. 왼손에는 풀꽃을 얹고, 오른손에는 구름송이를 담습니다.


  어떤 책이 즐거울까요? 어떤 책이 재미날까요? 어떤 책이 값질까요? 어떤 책을 아이랑 읽을 만할까요? 어떤 책을 앞으로 이 땅을 돌볼 어린씨·푸른씨한테 물려줄 만할까요? 어떤 책을 곁에 두면서 넋을 푸르고 얼을 파랗게 보듬을까요?


  책집 〈지구별서점〉에 있는 동안에는 호젓합니다. 책집을 나서서 길손집으로 걸어가는 동안에는 자동차 소리가 가득합니다. 책을 읽으려면 두 손을 폅니다. 책집으로 가려면 두 발을 디딥니다. 책을 지으려면 두 손에 붓이랑 호미를 쥡니다. 책을 나누려면 두 발로 이웃이며 동무한테 찾아갑니다.


  밤빛을 바라보면서 작은아이한테 〈Wolfwalkers〉를 틀어 줍니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The Secret Of Kells〉하고 〈Song of the Sea〉에 이어 새 이야기꽃을 아름다이 엮었어요. 오늘 장만한 책을 읽으면서 ‘늑대 노래’를 귀로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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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조금 바꿉니다》(정다운과 다섯 사람, 자그마치북스, 2020.8.18.)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김원희, 달, 2020.8.13.)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봄날, 반비, 2019.11.29.)

《편집자는 편집을 하지 않는다》(편집부, 편않, 2020.9.1.)

《박단순의 책》(박단순 이야기, 시네마MM, 20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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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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