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방은 힘이 세다 - 홀로 여행자의 제주서점 탐방기
장지은 지음 / 책방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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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3.20.

인문책시렁 171


《작은 책방은 힘이 세다》

 장지은

 책방

 2020.9.6.



  《작은 책방은 힘이 세다》(장지은, 책방, 2020)를 읽다가 문득 ‘독립출판물’이란 이름을 붙이는 책을 생각합니다. 굳이 이렇게 이름을 붙여야 할까 잘 모르겠습니다. 이웃님이 보기에 ‘독립출판물’일 책을 1995년부터 혼자 쓰고 엮고 내놓아 둘레에 돌리거나 팔기도 했지만, 저는 ‘독립출판물’이란 이름을 떠올린 적이 없어요. 그저 책이라고 여기고 바라보았습니다.


  이름난 곳에서 내든, 이름이 안 난 곳에서 내든, 혼자 내든, 여럿이 뜻모아 내든, 모두 똑같이 책입니다. 이렇게 해야 책이 되지 않아요. 국립중앙도서관에 넣어야 책이 되지 않습니다. 얇거나 두껍거나 책입니다. 값싸거나 비싸거나 책입니다. 종이에 이야기를 얹든, 천에 이야기를 담든, 모두 책입니다.


  한자말 ‘독립’은 우리말로는 ‘홀로서기’입니다. 홀로선다고 할 적에는 눈치를 안 볼 뿐 아니라, 홀로 가볍게 날아오르듯 즐겁게 노닌다는 뜻입니다. 돈으로 사고파는 장사를 헤아려야 하기에 따로 ‘일반책·독립출판물’로 나눌 수 있겠지만, 굳이 이렇게 가를 까닭이 없이 ‘책을 다루는 곳’이라고만 하면 넉넉하리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저 책이거든요. 모두 책이거든요. ‘출판·물’이 아닌 책이거든요. ‘매물·물건’이 아닌 우리가 저마다 다르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저 즐거이 담은 책이에요.


  제주에 깃든 책집을 찬찬히 다닌 이야기를 조촐히 여민 《작은 책방은 힘이 세다》입니다. 지난 2006년에 나온 《씨앗은 힘이 세다》란 책이 문득 떠오릅니다. 책집이 크든 작든 모두 힘있습니다. 센지 여린지 모르겠지만 ‘힘이 있’습니다. 이 힘은 더 많이 파는 힘이 아니요, 더 잘나가거나 잘난 힘이 아닙니다. 언제나 마을에서 오롯이 이웃을 사랑하고 동무를 마주하는 기운이지 싶습니다. 몸으로 쓰는 힘이 아닌, 마음으로 나누는 기운이 흐르는 책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마을책집’이란 이름을 쓸 뿐, ‘동네책방·독립서점’ 같은 이름을 안 씁니다. 책집으로 태어난 바로 그날 그곳에서 어디나 똑같이 ‘홀로서기’를 했어요. 그리고 그 마을에서 징검돌이자 쉼터이자 모임터이자 만남터 노릇을 해요. 크든 작든 모두 기운이 포근히 흐르면서 마을에서 노래가 빛나는 책집이니 마을책집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쪼록 힘보다는 숨결을 느끼고 크거나 작다는 겉모습이 아닌 마음빛을 누리는 마을책집을 꾸리고 나누고 누리며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책방으로 가는 힘이 세기 때문에 작은 책방은 힘이 세다. 나는 이 힘세고 작은 책방들이 날마다 부단히 씩씩하길 바란다. (7쪽)


집으로 걸어가는 5분 동안 나는 중얼거렸다. 딜다보다. 그 말은 나도 알던 말, 내 고향에서 나도 쓰던 말. (19쪽)


그저 ‘남들만큼’ 보고 느끼면서 사는 시대가 저물었다. 독립출판물을 발견하고 읽을수록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이제는 ‘남들만큼’이 아니라 오직 ‘나답게’ 수집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살아남는다. (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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